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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유승민계'논란속 자강론 강조…尹과의 관계정립이 뇌관

중앙일보

입력

11일 탄생한 ‘36세 이준석 신임 대표’ 앞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겹겹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작은 동산이라면, 범야권 통합과 당 안팎의 대선 주자 영입을 통해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어내는 건 험준한 암벽과도 같은 숙제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오종태 기자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오종태 기자

◇갈등 봉합은 기본=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갈라졌던 당심을 하나로 묶는 것이 그에겐 급선무다. 대표 선거 과정에서의 돌직구성 발언들이 승리에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당내엔 상당한 앙금을 남겼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공존’을 5번 언급했고, 강력한 경쟁자였던 나경원 후보를 “당원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자신보다 나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당원들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참신한 이미지에 기여했던 의정활동 무(無)경험도 이제부턴 ‘0선 리스크’로 그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 작은 실수가 큰 비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최고위원 4인방(조수진·배현진·김재원·정미경),김기현 원내대표 등 중진들과의 원만한 관계 정립이 중요하다. 
익명을 원한 당내 인사는 “'유승민계'라는 논란을 해소하고 새로운 당내 권력지형에서 계파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초반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선국면에서 조직과 자금을 총괄할 사무총장 인선등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자 지명 후 나경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선자 지명 후 나경원 후보의 축하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선 관리가 승부처=대표로서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는 대선관리와 정권 교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 등 당 밖 대선주자들의 영입, 공정한 경선관리, 국민의당 등 야권의 세력들을 한 데 묶는 대통합은 모두 이 대표 본인이 책임질 과제다. 그는 11일 회견에서 “우리의 지상 과제는 대선 승리다. 내 당선 역시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또 "가장 넓은 스펙트럼에서 국민을 포함할 수 있는 범위를 만들겠다"며 '공존의 비빔밥'론을 내걸기도 했다.

경선 기간중에 '유승민계'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이 대표이기에 범 야권 후보중 지지율 선두인 윤 전 총장과의 관계설정은 특히 민감한 이슈다. 그가 경선 기간 중 “대선 버스 8월 중순 정시 출발”을 주장하자 상대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 "윤 전 총장이 입당과 거리를 두는 것도 이준석 때문", "유승민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했던 사람인데 윤 전 총장이 입당하겠느냐"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특정 주자를 위해 유리한 경선룰을 만든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총의를 모으겠다","특정주자가 들어오는 걸 배제하기 위해 경선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선 공정 관리에의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날도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하태경 의원 등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당내 인사들에 주로 포커스를 맞췄다. "우리 당에서 더 많은 대선주자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1번 과제"라는 말도 했다. 소위 '자강론'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그런 뒤 "당 밖에도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데 기여하는 분들이 있다. 굳이 이름을 얘기하자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윤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 등을 거론했다.    

이런 이 후보의 태도가 향후 '당내 주자 우대론' 등으로 다시 불붙을 경우 경선과정에서의 논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특히 국민의힘엔 '윤석열 대세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다. 윤 전 총장측은 이날 이 대표의 당선과 관련한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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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의 합당도 골치아픈 문제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선 주자 문제보다도, 앞으로 가장 먼저 공개 소통할 사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일 것”이라며 “주호영 전 원내대표가 계속 합당 논의를 해달라고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역위원장을 모집한 국민의당을 향해 이 대표가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은 한 푼도 쳐 드릴 수 없다”고 날을 세운 데다, 개인적 구원까지 얽혀있어 논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반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논의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복당 문제에 관해 일찌감치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이준석 돌풍’에 대해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박한 평가를 했던 홍 의원도 이날은 “정권 교체의 열망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축하했다. 한편 당내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내 일처럼 기쁘다”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변화와 혁신을 갈망하는 마음이 새 지도부를 탄생시켰다”고 이 대표에 힘을 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대여(對與) 투쟁 방향에 대해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파격적으로 보여주는 개혁 경쟁에 앞장서겠다. 국민을 배심원으로 놓고 어느 정당이 더 개혁에 대한 노력을 경주하는지 그것으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정책이 상당히 우려스럽지만 그것이 다 틀렸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으로서 국정에 협조할 게 있다면 그 또한 야당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원회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국민의힘이 상황에 따라 더 엄격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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