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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생’ 이준석 맞은 ‘81학번’ 송영길…"더불어꼰대당 될까"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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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국회의원실 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당정청회의,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국회의원실 보좌관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당정청회의,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방역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를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연합뉴스

세대교체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빼앗긴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분위기였다. 내부에선 “더불어꼰대당 프레임을 받아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지됐다. 이준석(36)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11일 민주당 내부에선 자성과 변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 불과 한 달여 전 “쇄신”을 외치며 대표직에 오른 송영길(58) 민주당 대표는 자신보다 23살 어린 카운터파트를 직면하게 됐다. 81학번(송영길)과 85년생(이준석)의 구도다.

5070 與 주자들 “함께하자”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일제히 36세 보수정당 대표 등장에 축하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57) 경기지사는 이날 “30대 0선 대표가 제1야당을 합리적 정치세력으로 변모시키길 기대한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기성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민심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이 지사는 이어 “우리 민주당은 기성 정치의 구태를 얼마큼 끊어냈는지 돌아본다”며 ‘탈(脫)꼰대 문화’ 주장을 이어갔다. “정치적 유불리를 완전히 걷어내고 민의가 충돌하는 어떠한 주제라도 회피 않고 논쟁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지, 청년의 언어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있는지, 혹 그들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지 반성한다”며 “변화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69) 민주당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수락 연설 중 ‘다른 생각과 공존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대목에 매우 공감한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과 정치인에 필요한 덕목일 것”이라는 덕담을 남겼다. 지난달 25일 이준석 돌풍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엔 ‘장유유서(長幼有序·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순서가 있다)’ 문화가 있다”고 언급한 정세균(71) 전 국무총리도 이날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한다. 함께 고정관념을 깨자”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최연소인 박용진(50) 의원은 이 대표의 등장을 유독 반가워했다. 그는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 국민의 상식을 따른 결과”라면서 “우리 민주당도 더 큰 변화로 세대교체를 통해 시대교체를 만들어야 한다. 유일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 여야 대선 주자 중 가장 젊은 박용진 돌풍을 시작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치사에 없었던 변혁의 신호탄이다. 큰 변화, 근본 변혁을 국민들께서 명령하고 계신 것”이라며 “새로운 세상을 열라는 지엄한 명령이다. 이제 민주당 차례”라는 글을 남겼다.

난관 봉착한 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여야를 막론하고 30대 당대표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미 ‘이준석 돌풍’이 시작된 예비경선 단계에서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했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이준석 당선에 따른 변수 10중 8은 우리에게 불리한 것”이라며 “쇄신과 변혁, 새 바람, 세대교체 등의 상징성을 야당에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4·7 재·보선 패배 후 쇄신을 도모했던 민주당 입장에서 "오히려 이긴 쪽(국민의힘)이 더 크게 변화했다"는 여론과 직면하게 됐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원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생)의 기대는 민주당에 더 집중돼 있었다”면서“하지만 오만·방심에 의한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민주당은 별로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번 이준석 돌풍은 엄중한 제2차 경고”라고 말했다.

반면 이준석 체제의 난항을 예측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장 국민의힘 재선 이상은 뒷짐 쥐고 ‘열중쉬어’하지 않겠나”(수도권 중진), “지도부 구성부터 잘 될지 지켜봐야 한다”(비주류 재선)등이었다. 당대표실 안팎에서는 “오히려 송 대표가 당내 이견을 딛고 보다 파격적인 쇄신 행보를 걷는 게 가능해졌다. 본격 혁신 경쟁”(핵심 당직자)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나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송 대표로선 부동산 민심 대응, 친문 프레임 탈피 등 난제 해결이 더 절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야당의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 역시 중도층으로 지지세를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대선 주자들로선 기존 체제에 날을 세우며 정부·여당에 실망해 떠나는 유권자의 마음을 잡는 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남수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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