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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정치 끝”vs“남녀 갈등 심화”…30대 당수에 2030도 기대·우려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1985년생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의 등장에 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엔 ‘이준석 당선’이라는 검색어가 상승했다.

“낡은 정치는 끝났다”

이 대표 당선을 반기는 2030은 그가 보수정당에서 다선 의원들을 물리친 점에 주목했다.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일부 작성자는 “꼰대 정치, 낡은 정치는 끝났다”라거나 “이준석 당선은 보수의 세대교체 신호”라며 반겼다. 30대 남성 직장인 정모씨는“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게 오히려 더 득이 됐다고 본다. (그는) 구태 정치와는 멀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진짜 바뀌려나? 정권이 바뀌려나?’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이 대표의 당 대표 수락 연설문은 조회 수 5000회를 넘어섰다. 댓글 창은 “‘~다움’을 버려야 한다는 문단에서 소름 돋았다”“이재명 같은 상대편 대선 후보에 맞설 수 있는 당 대표 역할을 잘할 것 같아 기대된다”는 등 반응이 다수였다. 이 대표 당선을 다룬 또 다른 글에는 “이제 대표가 됐으니 본인 말대로 청년 지지율을 끌어오고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댓글도 보였다.

한국에서도 해외의 젊은 정치인들과 같은 인물이 탄생하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직장인 김모(30)씨는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많이 젊고 신선한 느낌이 있다. 그만큼 정책적으로도 혁신적인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잘 성장해서 마크롱 대통령이나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처럼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11일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선출됐다.   연합뉴스

11일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선출됐다. 연합뉴스

“한남 프리미엄 아니냐” 비판적 반응도

반면 ‘20대 남자(이대남)’ 정서를 대변해온 이 대표 당선이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준석 당선은 한남(남성 중심적인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말) 프리미엄”이라거나 “반페미(반 페미니스트) 코인이 무섭긴 하네” 등의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 것은 2030 남성들의 역차별 정서가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2030 여성들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도 있었다. 대학원생 A씨(24ㆍ여)는 “당 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본인을 ‘다양한 사람이 고유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샐러드 보울’에 빗댔다”면서도 “성별만 놓고보면 오히려 남성만을 공략하는 포퓰리즘을 내세우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경선 과정에서 여성ㆍ청년 할당제 폐지 등을 앞세운 점을 비판한 것이다.

직장인 B씨(28ㆍ여)도 “이준석의 여성 혐오적 발언을 다른 정치인들이 따라갈 게 분명하다”면서 “이제는 안티페미니즘(반 여성주의)이 어디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될지, 그 여파가 여성들한테 어떻게 다가올지 무섭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인 취업준비생 이모(26ㆍ남)씨는 “기존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의 목소리를 여태 안 들은 것도 문제지만, 20대 남성의 목소리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2030 현실에 관심 갖는 계기 되길”

2030세대는 이준석 대표의 출현이 ‘관심의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한국 사회가 청년층이 당면한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기를 원하고 있다. 20대 남성 대학생 C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준석이 주장하는 것은 어쩐지 살펴보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 대표 당선이) 2030이 처한 사회적 현실과 어려움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정모씨도 “우리와 나잇대가 비슷한 당 대표가 우리 목소리를 조금 더 잘 들어달라”고 말했다.

채혜선·정희윤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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