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서지명의 연금테크(9)
내 연금계좌에 2000만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다고 치자. 전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 1000만원, 지난해 가입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넣은 900만원과 이 돈을 굴려 얻은 수익금 100만원 등이 모인 돈이다. 합쳐 놓으면 그냥 돈이지만 다 같은 돈이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연금계좌에는 3가지 종류의 돈이 들어있다. 돈마다 각각의 꼬리표가 달려 있는데 입금할 때는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이걸 빼서 쓸 때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돈의 성격에 따라 매기는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연금계좌의 적립금은 퇴직금으로 받은 1000만원,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200만원, 세제혜택을 받고 납입한 700만원과 그 돈에서 나온 운용수익 1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구분하는 건 돈의 성격에 따라 돈을 인출할 때 퇴직소득세, 연금소득세, 기타소득세 등을 달리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한 번 따져보자.
연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때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납입금액을 가장 먼저 인출하는 게 유리하다.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적립금 200만원에 대해 일시금이나 연금 등으로 인출할 때 어떠한 세금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퇴직급여다. 퇴직급여는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부과한다. 퇴직소득세는 퇴직급여액과 근속연수에 따라 개인별 차이가 있다. 이를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를 내게 되는데 연금으로 받는 초기 10년간은 퇴직소득세의 70%, 11년 차부터는 60%가 부과된다.
마지막으로 세제혜택을 받은 납입원금과 운용수익이다. 이 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되지만, 연금으로 받으면 5.5~3.3%의 연금소득세를 매긴다. 69세 이전까지는 5.5%, 70~79세에 인출하면 4.4%, 80세 이상이면 3.3%다.
결론적으로는 세제혜택을 받지 않은 돈은 받을 때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나머지 돈은 무조건 연금으로 받는 게 좋고, 수령 기간을 가능한 한 길게 해서 후반부로 갈수록 금액을 높여나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다만 연금으로 받는 돈이 연간 1200만원을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니 이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