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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대로’의 띄어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보는 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피카소전을 찾은 관람객은 어김없이 이 문구 앞에 머문다.

그의 작품세계를 명료하게 드러내서일까? 관람평에도 빠짐없이 인용되는데 띄어쓰기를 잘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는대로’ ‘생각하는대로’와 같이 붙이면 안 된다. 이때의 ‘대로’는 의존명사이므로 앞말과 띄는 게 바르다. 의존명사는 혼자 사용하지 못하지만 문법적으로 독립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의존명사 ‘대로’는 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 어떤 상태나 행동이 나타나는 즉시 또는 족족의 뜻으로 쓰인다. “아까 들은 대로 전할게” “틈나는 대로 산책한다”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 뒤에 오며 앞말과 띄어 쓴다. “지칠 대로 지친 마음을 알까요”처럼 어떤 상태가 매우 심하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

‘대로’를 앞말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조사일 때다. 체언 뒤에 붙어 앞에 오는 말에 근거하거나 달라짐이 없음을 나타낸다. “계획대로 하지” “네 마음대로 하렴”처럼 쓰인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생활하자”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모으기”와 같이 따로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로도 사용된다.

‘대로’가 놓일 자리에 ‘데로’를 잘못 쓸 때도 종종 있다.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하십시오”는 ‘대로’가 와야 뜻이 통한다. 반대일 때도 있다. “네가 있는 대로 우리가 찾아갈게”와 같은 경우 ‘데로’가 와야 한다. ‘데로’는 의존명사 ‘데’에 조사 ‘로’가 붙은 형태다. ‘곳으로’라는 말로 장소의 뜻을 나타낸다. 보통 동사나 형용사 뒤에 오며 앞말과는 띄어야 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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