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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차량 용어 속 일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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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꽉 차게 넣어 달라고 할 때 여러분은 무어라고 말하는가? 아마도 “만땅 넣어주세요” 또는 “이빠이 넣어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 말들은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만땅’은 한자어 ‘찰 만(滿)’과 영어 ‘탱크(tank)’를 합성한 일본식 조어다. 일본 발음으론 ‘만탕쿠(まんタンク)’인데 이를 줄여 우리가 ‘만땅’이라 하는 것이다. ‘이빠이’ 역시 일본에서 ‘일배(一杯)’라 적고 ‘잇파이(いっぱい)’라 읽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사용되는 것이다. 둘 다 ‘가득’이란 우리말로 바꿔 쓰면 된다.

차의 기름이 떨어지는 경우 “엥꼬 났다”는 말도 쓰인다. ‘엥꼬(えんこ)’는 차가 고장 나 움직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일본어다. 우리나라에선 연료가 떨어졌거나 물건이 바닥났을 때 이 말을 쓰고 있다.

초보 운전자의 주차를 도와줄 때 옆에서 “그 조시로 빠꾸 오라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다. ‘조시(ちょうし·調子)’는 ‘상태’를 뜻하는 일본어다. ‘빠꾸(バック)’와 ‘오라이(オ-ライ)’는 영어 ‘back’과 ‘all right’의 일본식 발음이다.

접촉 사고로 차가 긁히거나 주차장에서 누가 몰래 흠집을 내고 간 것을 보면 기분이 몹시 상한다. 이때 보통 “기스가 났다”는 말을 쓴다. ‘기스(きず·傷)’ 또한 상처·흠집·티 등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 밖에도 쇼바(→완충기), 크락숀(→경음기), 마후라(→소음기), 후렌다(→펜더), 본네트(→보닛·후드), 밤바(→범퍼), 세루모타(→시동모터), 핸들(→운전대), 메다방(→계기판), 다시방(→대시보드·글러브박스), 고바이(→언덕), 후까시(→엔진회전·으스댐), 썬팅(→틴팅), 찐빠(→이상·불량) 등 차와 관련해 쓰이는 일본어 또는 일본식 용어가 많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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