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13일 만에 사퇴했다. 들끓는 여론을 뒤늦게나마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전말을 되짚어보면 김 부총리의 사퇴가 끝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화근의 시작일 수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 부총리가 물러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논문 표절 의혹이다. 교육부총리로서 적절하지 않은 학자적 양식의 결여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을 격앙시킨 배경에는 김 부총리가 그동안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맡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이 정부의 소위 개혁정책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 있다.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한 저항이자, '세금 폭탄' 발언 등에서 드러난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다.
5.31 지방선거는 그것이 표출된 결과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민심에 반발하듯 김 부총리 등 측근 인사를 돌려막기로 전면에 배치하고 밀어붙여 왔다. 이번에도 김 부총리를 끝까지 감싸고 나섰던 것을 보면 자칫 보복이라도 하듯 김 부총리식 독선을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얻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만 재촉할 뿐이다. 그것은 이 정권은 물론 그 후유증을 몽땅 짊어져야 할 국민에게도 불행이다.
아직도 1년 반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남았다. 얼마든지 박수를 받으며 물러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눈과 귀를 좀 더 크게 열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이나 총리까지 사퇴 불가피론을 펴는데도 딴소리만 하는 비서진으로는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렵다. 여기에 장관들까지 측근 인사들로 채운다면 더 큰일이다. 어차피 교육부총리나 외교.국방.법무부 장관 등 개각 요인이 생겼다. 폭넓게 여론을 반영해 국정을 쇄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열린우리당에서까지 반대하는 코드인사를 강행한다면 불행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민심을 좀 더 심각하게 검토해 국정 운영에 반영해야 한다. 무조건 여론을 추종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지만 민심을 외면하고 독선과 아집을 보여서는 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