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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왜 무인단속 겁안낼까···정답 “번호판이 뒤에 있어서”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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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서 달리고 있다. [사진 서울 용산경찰서]

배달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어서 달리고 있다. [사진 서울 용산경찰서]

 강갑생 전문기자의 촉: 오토바이 번호판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신호 위반, 과속, 인도 주행….

 오토바이, 특히 배달과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교통법규 위반들입니다. 길에 나서면 굳이 힘들게 찾지 않아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인데요.

 만일 자동차가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 위반, 과속 등을 했다면 무인단속카메라에 촬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무인단속카메라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오토바이는 앞에 번호판이 없기 때문인데요.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 번호판만 인식이 가능하고 뒤에 달린 번호판은 촬영하지 못합니다.

 "오토바이 앞에도 번호판" 발의 

 배달 오토바이가 사거리나 횡단보도에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신호 위반을 하거나 과속하는 것도 상당수가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음식배달업이 급성장하면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오토바이 앞에도 번호판을 달자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국회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오토바이의 전면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건데요.

코로나 19로 음식배달업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오토바이도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

코로나 19로 음식배달업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오토바이도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

 박홍근 의원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음식배달 산업이 성장하면서 교통사고와 법규위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무리하게 단속하면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이륜차 전면번호판 부착 의무화와 단속장비 고도화를 통한 사고예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경찰청의 연도별 교통사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는 2019년 22만 9600건에서 2020년 20만 9654건으로 줄었으나, 오토바이 사고는 2019년 2만 898건에서 지난해엔 2만 1258건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신호 위반 151%, 법규 위반 급증  

 또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도 2019년 31만 1403건에서 지난해는 58만 1903건으로 87%나 급증했는데요. 이 중 중앙선 침범은 전년 대비 131%, 신호위반은 151%나 늘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반발합니다. 전면에 번호판을 달면 공기 저항 등으로 인해 핸들 조작이 어려워지는 등 안전운전을 저해하고, 충돌 사고 시 번호판이 운전자나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인도로 달리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 [강갑생 기자]

인도로 달리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 [강갑생 기자]

 사실 전면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자는 법안은 앞서 두세 차례 발의됐으나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반발도 고려했을 것 같은데요.

 전면번호판을 시행한 나라가 중국, 인도네시아 등 몇 나라에 불과하다는 점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음식배달산업이 우리나라처럼 단시간에 급성장하고 그에 따른 불법 주행 문제가 급속히 불거진 나라도 그 사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현행 단속카메라, 앞 번호판만 인식

 현실적으로 전면번호판을 달았다고 해서 모든 위반행위가 다 무인단속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과속 단속에 쓰는 검지 장치의 경우 자동차에 맞춰놓았기 때문에 이보다 가벼운 오토바이는 잘 파악이 안 된다고 합니다.

 물론 신호 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같은 법규 위반은 어느 정도 단속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서는 영상촬영을 통해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다양한 법규 위반을 잡아낼 수 있다고 하는데요.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 번호판만 인식할 수 있다. [중앙일보]

현행 무인단속카메라는 전면 번호판만 인식할 수 있다. [중앙일보]

 문제는 이 기술이 실제로 활용될 때까지 이대로 사실상 무방비로 오토바이의 폭주를 방치할 것이냐 하는 겁니다. 영상단속기술이 실용화되고 대량 보급되기 전까지라도 전면번호판 부착 의무화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불법 운행을 줄이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또 배기량이 커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대형오토바이를 제외하고 배달에 사용하는 오토바이의 경우 전면번호판이 안전운전에 별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시속 60㎞ 때 앞 번호판 영향 없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속 60㎞로 달릴 때 전면번호판이 주는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한 결과 번호판 유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4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안전속도 5030으로 인해 배달 오토바이가 주로 활동하는 시내와 주택가에선 시속 50㎞ 또는 30㎞ 이상으로 달릴 수 없습니다.

 4월부터 전국 주요 도심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시행 중이다. [뉴스 1]

4월부터 전국 주요 도심의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시행 중이다. [뉴스 1]

 다만 배기량이 커서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대형오토바이에는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토바이 번호판을 상업용과 비상업용으로 나누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실제로 자동차의 경우 택시와 상업용 화물차 등은 노란 번호판으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임준범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사는 "배달이나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상업용으로 분류해 번호판 색깔을 달리하면 구분과 식별이 더 명확해져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어느 정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생계 위해 타인 안전 위협 허용 안돼  

 배달 오토바이 문제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같은 배달업체들의 책임입니다.

 첨단 IT(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업체들이라고 내세우지만, 실제 이들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환경은 거리이고, 배달 오토바이의 무법 질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보행자와 다른 차량들이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질서한 배달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이들 업체들에 책임을 좀 더 강하게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도 돈벌이를 위한 일이라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생계를 위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할 권리는 허용될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겁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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