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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법무부 잔혹사…野 "괴물 잡겠다는 그들이 괴물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법무부 인사들이 최근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일 회고록을 발간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지난 2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자 야당에선 “이 정도면 법무부 인사 실패 차원이 아니라 잔혹사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 차관은 3일 변호인을 통해 “1000만원 합의금은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었고,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건 제3자에게 전달,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상황만 모면하려는 마지막 몸부림이 애처롭다”며 “이 차관의 그릇된 권력욕이 피해자인 택시기사를 증거인멸죄로 입건되게 하고, 거짓말과 범법으로 점철된 법무차관을 탄생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차관은 한때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된 인사였다. 앞서 사표를 냈지만 수리되지 않았고, 이날 연가를 내고 법무부로 출근하지 않았다.

이 차관이 야당을 발끈하게 만들었다면, 조 전 장관은 여야를 동시에 술렁이게 했다. 그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을 놓고 국민의힘은 “국민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배준영 대변인)고 비판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일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권 강성 당원들이 송 대표를 겨냥해 “사퇴하라”고 반발하는 등 여당 내부의 후유증이 적지 않다.

‘법무부 잔혹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다가 사퇴한 뒤에도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라며 바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범계 장관은 2019년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돼 지난달 26일 법정에 섰다. 현직 법무부 장관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 초기인 2017년에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논란으로 낙마하는 일도 있었다.

야당 “괴물 잡겠다더니 사실 그들이 괴물”

왼쪽부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왼쪽부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야당에선 “‘검찰개혁’ 완장을 찬 법무부 인사들이 외려 스스로 개혁 대상이 돼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된 건 예견된 비극”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통화에서 “민감한 사법기관을 관장하는 법무부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전진 기지쯤으로 여기고 밀어붙인 인사권자(문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괴물을 잡겠다던 이들이 사실은 괴물이었다는 기가 막힌 반전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 커녕 앵무새처럼 기득권·언론·검찰 탓만 반복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민변(이용구), 참여연대(안경환·조국), 민주당(추미애·박범계) 등 철저하게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인사가 모든 참극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통상 인사 참사가 한 두 번 반복되면 합리적 인사를 찾는 게 상식인데 정권 하수인격인 인사들로만 장관직을 채웠다”고 덧붙였다.

유상범 의원은 “두 번 연속 정치인을 장관직에 앉힌 것도 큰 문제”라며 “추 전 장관 사례에서 보듯 장관 권한을 일종의 정치 퍼포먼스로 활용하면서 법무부의 중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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