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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20만원' 與여름 추경…기재부 반대로 당정 갈등 예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당이 올 여름 ‘전 국민 2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 띄우기에 나서면서 당정 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기재부가 선별 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에 나랏돈을 추가로 풀어 경기와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세수가 여당의 2차 추경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올 여름 '5차 재난지원금' 지급하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 여름 '5차 재난지원금' 지급하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지만 기재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요약되는 보편 지원보다 피해계층에 집중하는 선별 지원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입을 더 벌어들이신 분들도 있다”면서 “모두에게 동등하게 20만원을 줄 것이라면 어려운 사람에게 50만원을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는 적자 재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산업 실적 호조, 부동산 관련 세금 증가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세수를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다. 지금 속도를 유지만 해도 기재부가 전망한 올해 국세 수입(282조7000억원) 규모를 뛰어넘는다. 사상 첫 연간 세수 300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짜놓은 지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빚잔치’는 피할 수 없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안에 따르면 올해 정부 총지출 규모는 지난해 결산 대비 23조원 늘어 572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세에 세외ㆍ기금 수입까지 더한 총수입 483조원과 비교하면 90조원 가까이 적자(통합재정수지 기준)다.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가채무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채무 증가 폭만 120조원에 이른다. 정부 예상보다 국세가 10조~20조원 안팎 더 걷힌다고 해서 메울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여유 세수 운운할 때가 아니란 의미다.

올 초 홍 부총리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막지 못할 경우 부총리직을 그만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홍 부총리는 지금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재부는 ‘정부가 2차 추경 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반박자료를 내고 있다. 다만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2차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정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2차 추경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언제ㆍ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를 살피는 기류가 강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 세수가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데, 1분기 추가 세수만 보고 추경을 결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면서도 “다만 아직은 확장 재정의 필요성이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ㆍ조현숙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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