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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용구 폭행 피해자인데 입건…거짓말탐지기도 요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기사 A씨가 지난 1일 경찰로부터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요청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A씨를 불러 폭행 이후 합의 과정에 대한 이 차관의 진술과 A씨의 진술 사이에 어긋나는 부분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처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 사진 SBS 캡처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이 차관이 택시 기사를 폭행한 경위와 합의 과정 등을 A씨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A씨에 따르면 경찰은 이 차관으로부터 “합의할 때 A씨가 먼저 ‘뒷문에서 내려 깨운 거로 말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만약 뒷문에서 내린 뒤 깨우다 맞은 거라면 특정가중범죄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A씨는 “그 제안은 내가 이 차관에게 한 것이 아니라 이 차관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런 진술을 한 A씨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까지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는다고 생각했던 A씨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어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였다가 입건…“뉴스 보고 알았다”

조사 당시 A씨는 자신이 증거인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도 몰랐던 상태였다고 했다. 경찰은 A씨가 이 차관의 요구에 따라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했다면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다고 보고 최근 그를 입건했다. 경찰은 이 차관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중앙포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기사를 폭행한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 중앙포토

3일 중앙일보와 만난 A씨는 “(1일 저녁) 방송에서 나온 보도를 보고서야 내가 입건된 사실을 알았다”며 “조서에 지장을 찍긴 했지만, 경찰로부터 ‘입건 됐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도 “증거를 인멸했다는 경찰 주장에 대한 반박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한 번도 지운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폭행사건 다음날(지난해 11월 7일) 그는 블랙박스 사설 업체에서 이 차관의 폭행 장면이 담긴 37초짜리 영상을 확보했다. 사건 직후 서초파출소에 ‘전용 뷰어’가 없어 못 본 영상을 업체에서 틀어줬고, 업체 관계자가 A씨의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해줬다고 한다. 이후 휴대전화에서 영상이 지워진 적이 없다고 A씨는 주장했다.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다만 A씨는 첫 조사(11월 9일) 때 경찰에 이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합의를 한 상황이라 영상을 지웠다고 말했다”면서도 “이날 경찰도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2차 조사(11월 11일)에서 A씨가 영상을 서초서 수사관에게 보여줬지만, “차가 멈춰있네요. 못 본 거로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지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실제 영상을 지운 적이 없다”며 “검찰에서 포렌식을 할 때도 이미 영상이 존재했으므로 ‘복원’한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아직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사사항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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