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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수 사령탑 벤투…중간 평가는 B?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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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 그에 대한 평가는 긍·부정이 엇갈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대표팀 최장수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 그에 대한 평가는 긍·부정이 엇갈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이 한국 축구 사령탑에 오른 지도 벌써 1천 일이 넘었다. 2018년 8월 22일부터 헤아려 2일로 1016일째다. 대표팀 역대 감독 73명 중 가장 오래 지휘봉을 잡은, 최장수 대표팀 감독이다. 종전 최장수였던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재임 2014년~17년, 995일)을 넘어섰다.

재임 1000일 넘어 슈틸리케 추월 #57% 승률과 빌드업 추구 긍정적 #붕어빵 선발로 전술은 비판 의견 #5일 월드컵 2차 예선이 시험대

‘부임 4년 차’ 감독 벤투를 향하는 축구계 시선은 엇갈린다. 성적만 놓고 보면 나쁘지는 않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 28경기에서 16승 8무 4패, 승률 57%다.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한국을 H조 선두(2승 1무)로 이끌고 있다.

다 좋은 건 아니다. 2019년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올해 3월 한·일전에서 0-3으로 참패했다. 그를 향한 여론이 싸늘해진 결정적 계기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은 A매치를 3경기밖에 치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호흡기를 달아줘 벤투가 장수한다”는 말도 나온다.

축구 전문가 평가는 어떨까. 익명을 요청한 프로축구 K리그1 구단의 A감독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취임 초, 후방부터 빌드업(공격 전개)을 추구하는 등 변화를 시도한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선수 선발과 전술이 보수적이다. 거의 매주 K리그 경기장에 오는데, 기존 대표선수만 확인하는 인상이다. 이번에 정상빈(19·수원)을 뽑았지만, 새 얼굴 발굴에 인색하다. 부상 중인 홍철(울산)을 차출해 논란이 일었다. 소속팀과 소통도 아쉽다. 철학이 뚜렷한 건 좋지만, 고집으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A감독 무엇보다 “상대가 북한이든, 브라질이든, 벤투 전술은 ‘붕어빵’처럼 비슷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는 상대가 원하는 걸 못하게 방해하는 축구였다. 벤투가 강조한 ‘프로 액티브 풋볼’, 즉 우리 주도로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건 긍정적이다. 뭘 하는지 모르던 슈틸리케보다 낫고, 현대축구 트렌드에도 맞다. 하지만 추구하는 걸 실전에 잘 적용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한 위원은 “꾸준히 뽑지만 부진한 중동파(카타르 알사드의 정우영과 남태희)를 고집하는 게 그의 철학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파주 대표팀 훈련에서 손준호와 주먹인사하는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파주 대표팀 훈련에서 손준호와 주먹인사하는 벤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벤투 감독이 대표팀 주축 선수의 신뢰를 받는 건 긍정적이다. 이재성(29·홀슈타인 킬)은 “최장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코로나19로 더 많은 훈련과 경기를 하지 못해 아쉽다. 감독님은 신뢰를 준다. 또 ‘외부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말도 와 닿았다. 선수 대부분 만족한다”고 전했다.

물론 대표팀에는 다소 엇갈린 평가도 있다. 부상 발생 등으로 대체 발탁된 경우 “대표팀을 다녀오면 괴리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김태환(울산)처럼 주전급으로 올라선 경우도 있다. 비판적 평가에 대해 벤투 감독은 “선수들과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일전 참패 후에도 감독을 탓한 선수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벤투 감독을 영입한 2018년 당시 감독 후보군에는 에르베 르나르(현 사우디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전 콜롬비아 감독), 후안데 라모스(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등이 있었다. 벤투 감독은 코치진까지 총연봉이 220만 달러(24억원, 추정)다. 선수들은 젊은 코치진의 지도 방식에도 만족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중 월드컵을 예선부터 본선까지 완주한 경우는 차범근, 허정무 둘 뿐이다. 전임 슈틸리케 감독의 경우 최종예선 8차전에서 카타르에 진 뒤 경질됐다. 벤투 감독에게 학점을 준다면 얼마일까. A감독은 “개선된다는 전제하에 B+”이라고, 한 위원은 “B”라고 답했다. 두 사람 모두 “지켜볼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는 최종예선의 절반 시점인 5차전”으로 답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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