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골뱅이·쥬시후레쉬도 있다, 1000억 돌파 韓맥주 전성기

중앙일보

입력 2021.06.01 05:01

업데이트 2021.06.01 08:29

편의점 맥주 중에서'4캔에 1만원'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정원 기자

편의점 맥주 중에서'4캔에 1만원'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정원 기자

직장인 A씨는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를 골라 마시는 취미에 빠졌다. 그는 “원래 편의점 맥주는 기린·아사히를 주로 샀는데, 일본 맥주가 사라진 사이 늘어난 각종 수제 맥주를 맛보니 상당히 괜찮았다”며 “가게에서 한 잔에 8000원씩이나 하던 IPA(인디언 페일 에일)를 500㎖에 2500원에 즐길 수 있어 가격도 합리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제 맥주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식당이나 주점에서만 맛볼 수 있던 수제 맥주 유통 채널을 편의점·대형마트로 넓히자 가정 내 ‘홈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품절 대란’을 일으킨 곰표 밀맥주 외에도 제주에일·말표·성산일출봉·유동골뱅이·제주백록담·경복궁·광화문·강서· 쥬시후레쉬 등 다양한 상표의 수제 캔맥주가 출시됐다. 2012년 영국 기자 다니엘 튜더의 “한국 맥주는 맛없다”라는 발언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맛과 향을 갖췄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 1000억원 돌파  

수제맥주 업체 매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제맥주 업체 매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로 국내 수제 맥주들은 편의점에서 기존 국산·해외 맥주보다 훨씬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달 수제 맥주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76.3%로, 국산 맥주(수제 맥주 제외) 18.5%, 수입 맥주 9.9%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높다. GS25의 경우 500㎖ 캔맥주 중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3%(5월 기준)로, 2018년(2.1%)과 비교해 6배 넘게 증가했다.

덕분에 수제 맥주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8년 600억 원대에 그쳤던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엔 118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에 따라 수제 맥주가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에서 3%로 커졌다.

한국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제 맥주는 미국 크래프트 비어를 번역한 단어다. 1970년대 미국양조협회가 개인을 포함한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 생산하는 지역 맥주를 뜻하는 용어로 만들었다. 맥주 제조자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맛이 특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OB·롯데주류 등 대기업 3사를 제외한 중소 규모 브랜드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종량세' 전환으로 캔맥주 시장 열려  

GS25에서 판매중인 수제맥주. 사진 GS25

GS25에서 판매중인 수제맥주. 사진 GS25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맥주에 대한 주세가 원료 가격이나 도수와 무관하게 출고량 기준으로 매겨지는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수제 맥주 시장의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 세 부담이 줄면서 수제 맥주도 수입 맥주처럼 ‘3캔에 9900원’ ‘4캔에 1만원’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협업과  복고풍(레트로) 디자인도 수제 맥주 인기에 한몫했다. 누적 판매량 500만캔을 달성한 CU의 곰표 밀맥주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의 유동골뱅이맥주, 커피 브랜드와 협업한 GS25의 비어리카노와 같은 색다른 제품이 연이어 출시됐다.

백화점·편의점·치킨 업체도 수제 맥주 개발 

유동골뱅이, 쥬시후레쉬 등 다양한 콜라보 수제맥주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배정원 기자

유동골뱅이, 쥬시후레쉬 등 다양한 콜라보 수제맥주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배정원 기자

수제 맥주의 인기에 유통·식품 대기업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주류에 대해서도 주문자위탁생산(OEM)이 허용되면서 소규모 맥주 면허만 있으면 대기업도 자체 수제 맥주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AK플라자는 백화점 최초로 수제 맥주를 내놨고, 교촌치킨은 소규모 맥주 면허를 보유한 도매업체를 인수해 제품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GS25, 이마트24 등 편의점도 자체 수제 맥주 생산을 위해 주류 제조사 인수 및 상표권 등록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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