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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과시 YS-JP 왜 「공동행보」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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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민주·김종필 공화당총재가 31일 두 번째 골프회동을 갖게됨으로써 두 김 총재간의 밀월설과 함께 이들의 연합에 의한 향후 정국구도의 향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김 총재는 지난 2일 안양골프장 회동에서 『5공 청산은 물론 국정전반에 걸쳐 최대한 협조키로』 합의, 공조를 선언했고 이날 다시 골프회동을 통해 밀착관계를 과시했다.
안양골프회동이후 두 김 총재는 국회본회의장에서 스스럼없이 귀엣말을 나누기도해 이들의 유대가 상당히 깊은 지경에 이르고 있지 않느냐는 얘기가 많다.
31일의 골프회동은 지난 2일 김종필 총재의 초청에 대한 김영삼 총재의 답례형식으로 갖는 것이어서 별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양당은 말하고 있으나 지난번의 예로 보아 양당의 협력관계에 대한 깊숙한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유력하다.
두 김 총재의 이 같은 밀월은 우선 민주·공화 양당이 서로협력, 동반관계를 유지할 필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5공 청산 등 당면정치현안과 이에 따른 여야대립 구조 속에서 제3, 4당의 연합에 의한 입지확보라는 측면과 5공 청산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종속변수로 휩쓸리지 않고 독립변수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결속이 필요하다는 두 가지 이유다.
민주·공화당은 모두 정국이 민정·평민의 양당대립 구도로만 흘러가는데 대한 불만감을 공유하고있어 합작의 토양은 마련되어있다.
김영삼 총재는 김대중 평민당총재에 대항해 나가기 위해 김종필 총재와의 제휴가 필요하다.
또한 당내에서 야권통합운동이 공공연히 고개를 들고있어 5공 청산에 초점을 모으고 정국을 주도하는 입장에 서기 위해선 공화당의 협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종필 총재로서는 지난 7·10청와대회담에서 민정-공화 합작을 제안했으나 외면 당한 「준여당」 이란 비판만 받게돼 이미지 손상을 회복할 필요가 있었다.
김종필 총재가 『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린 것도 공화당을 당연한 동반자로 여기면서도 「결심」이 없는 여권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겠다.
때문에 평민당으로부터 『야당으로서의 자세를 확인해야 한다』는 수모를 받아가면서도 평민당을 견제하려는 민주당과 연합전선구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민주-공화 두 김총재의 밀착을 유도하는 요인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얼마동안 이 같은 「소보수연합」 이 지속될 것인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려있는데 이는 두 김 총재의 정국구상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의 당내 소장파와 전통적 야당성향의 중진 중에서는 『5공 청산도 못하면서 3 공 세력까지 끌어들여 어쩌자는 거냐』며 공화당과의 밀착인상에 대해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통야당의 선명 이미지와 구보수당의 친여적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민주당과의 악수가 일시적인 이미지관리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성향차이 때문에 결국 함께 가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 시각과는 달리 5공 청산정국이 어떻게든 지나가고 나면 양김 공조가 장기적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 역시 만만치 않다.
김영삼 총재로서는 5공 청산 이후에 세대교체와 야권단일화 압력에 시달릴 것이 예상되는 만큼 야권통합을 먼저 외치고 나서는 등 정국주도를 위한 극적인 카드제시의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김종필 총재로서는 당내 압력은 없으나 「색깔에 따른 정계개편」 「보수세력의 대동단결」을 자신의 생각대로 이끌기 위해선 공화당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란 점을 알고있어 외부 응원군을 필요로 하고있다.
양당은 모두 5공 청산 정국이후엔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생겨나고 이 과정에서 민정·평민당의 파워게임에 제3, 4당의 지분과 이익이 밀려버릴 위험이 있는 만큼 연합해 세력을 형성할 필요가 있음직하다.
김영삼 총재의 대권구도와 김종필 총재의 보수대연합 구도가 끝까지 맞아떨어질지의 여부
도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공화공조 및 연합의 틀은 5공 청산정국이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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