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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에 곰 나타났다"···출동한 119는 곰 모습에 기겁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30 05:00

업데이트 2021.06.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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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반달곰의 두 운명

“코로나19를 이겨낸다. 웅담 특별 할인.”

얼마 전 동물보호연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웅담(곰 쓸개) 판매 문구입니다. 열악한 곰 사육 환경을 알리기 위해 단체 측이 직접 고발 영상물을 만들어 올린 겁니다.

영상에 담긴 곰 사육 환경과 판매 실태는 끔찍했습니다. “보양용 웅담이 코로나19와 지방간, 후두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모습이 곳곳에 담겨서 입니다. 일부 농가는 곰고기를 도려가며 이를 ‘특별식’으로까지 소개합니다. 단체 측은 “불법 사육농가들이 음식물 쓰레기나 개 사료 등을 주며 곰을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곰 사육 실태가 새삼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9일입니다. 울산시 울주군에서 불법 사육되던 곰이 농가를 탈출한 겁니다. “곰이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곰 가슴 부위에 'V자' 모양의 하얀 털이 선명하게 나 있어서 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과 소방대원들이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곰을 트럭에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과 소방대원들이 반달가슴곰으로 추정되는 곰을 트럭에 옮기고 있다. 뉴스1

순간적으로 반달가슴곰 임을 직감한 대원들은 생포 후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천연기념물 329호인 반달가슴곰과 똑같은 모습을 한 곰이 인근 불법 사육농가서 키우던 개체임을 알게된 것이지요. 결국 울산소방본부 측은 다시 해당 농가로 곰을 돌려보내야 했답니다. 아직 국내에는 곰을 보호할 시설이 없는 데다 해당 농가에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답은 ‘현재 국내에는 두 종류의 반달가슴곰이 180도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웅담(쓸개) 확보를 위한 사육 곰 입니다. 이를 두고 동물자유연대 측은 “같은 생명, 다른 무게”라고 표현합니다.

현재 지리산 일대에 사는 반달가슴곰 50여 마리는 환경부에서 종 복원을 위해 방사한 개체입니다. 지리산에서 세 차례 탈출해 명성을 얻은 반달가슴곰 KM-53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4마리의 어미곰이 새끼를 1~2마리씩 낳아 총 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서 태어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과 달리 사육농가에서 키우는 반달가슴곰은 열악한 환경에서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자란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과 달리 사육농가에서 키우는 반달가슴곰은 열악한 환경에서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자란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반면 이번에 농가를 탈출한 반달가슴곰은 웅담을 얻기 위해 불법 증식된 개체입니다. 오로지 ‘몸보신용’ 쓸개와 고기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키워지는 곰 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5년 동안 36마리의 불법 증식된 곰이 적발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웅담 판매를 허용하는 것일까요. 과거 정부는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사육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4년 뒤 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되면서 수입과 수출이 금지됐습니다. 이에 이미 곰을 들여온 농가들은 반발했고, 결국 정부는 곰을 죽여 웅담을 얻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지난해 12월 현재 국내에서 키워지는 곰은 407마리에 달합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 종 복원을 하면서, 불법 증식은 방치하는 모순된 정부 정책을 지적합니다. 그나마 이들 단체의 활동으로 지난해 12월 사육 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을 만들 예산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성과로 꼽힐만 합니다. 90억원이 투입되는 국내 첫 곰 보호시설은 2024년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군에 들어섭니다.

환경부가 제공한 사육곰 개체수와 사육 농장 현황 자료. 사진 동물자유연대.

환경부가 제공한 사육곰 개체수와 사육 농장 현황 자료. 사진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등은 “정부가 사육 곰 농가의 전·폐업을 유도하고 곰 판매 산업을 종식할 수 있는 로드맵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시 불법 사육농가로 돌아가 몸보신용 웅담을 제공해야할 곰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겁니다.

이번에 탈출한 곰은 생포 당시 배가 고팠는지 소방대원이 건넨 카스타드 2박스와 초코파이 1박스를 순식간에 해치웠다고 합니다. 다시 음식물 쓰레기 등을 먹게될 농가의 철창에 갇혔을 때 그 곰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최경호 내셔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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