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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확진에 온동네 발칵···7일뒤 "검사 오류" 황당 보건소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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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더 복지팀장의 픽: 코로나 진단 정확도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A(10)양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송 촬영을 앞두고 서울 강서구 마곡선별검사소에서 선제검사를 받은 결과였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확진자 접촉 이력도 없던터라 A양 부모는 재검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A양은 확진 다음날인 이달 1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A양이 확진을 받자 가족ㆍ학교ㆍ학원까지 온 동네가 혼란에 빠졌다. A양 부모, 언니, 할머니 모두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돼 직장ㆍ학교에 가지 못하게 됐다. 고등학생인 언니는 중간고사를 치르지 못했다. 같은 반ㆍ학교 오케스트라 친구들과 교사가 격리됐고, A양이 다니는 피아노학원은 아예 문을 닫았다.

A양은 센터에서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재차 요구한 끝에 5일만에 두 차례 실시한 재검에서 연달아 음성이 나왔고, 7일에야 센터를 나설 수 있었다. 알고보니 A양은 애초부터 코로나19 양성이 아니었다. 검사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양 부모가 보건소에 항의했더니 “검체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 같다”라며 “업체에서 시약처리과정에서 오류를 낼수있다. 미안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A양 부모는 “엄마ㆍ아빠는 직장에 출근을 못했고, 큰 아이는 시험도 치르지 못했는데 검사 오류라 미안하다는 말로 끝이라니 황당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코로나19 이동식 PCR 검사소에서 한 학생이 검사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서울 시내 11개 교육지원청별로 팀을 구성해 3일부터 서울시내 학교를 순회하면서 희망하는 교직원, 학생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의 한 코로나19 이동식 PCR 검사소에서 한 학생이 검사를 받고 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협의해 서울 시내 11개 교육지원청별로 팀을 구성해 3일부터 서울시내 학교를 순회하면서 희망하는 교직원, 학생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연합뉴스

전북 익산시에서는 지난 25일 사흘 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확진자 8명이 음성 판정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익산시와 전북도 보건당국은 접촉자를 가려내고 대대적인 역학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들과 관련된 2083명에 대한 전수검사 결과,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 8명의 확진자 모두 증상이 전혀 없었다. 이후 확진자들에 대해 2차례 재검을 실시한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이 내려졌다. 당국은 “검체 채취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번복됐지만 인근 3개 고등학교가 사흘간 대면 수업을 하지 못했고 수십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등 혼란이 컸다.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는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고 알려져있다. 그런데 왜 검사 오류가 끊이지 않는 걸까.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PCR검사 자체는 100% 정확하지만, 검체를 채취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가끔 가다가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유천권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진단분석관리단장은 “검사 오류로 보고되는 건에 대해 검사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이상유무를 검토하고 진단검사위원회 회의에서 논의해 확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할 수 있다지만 코로나19 오류 판정은 당사자를 포함해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검사를 받고 격리를 하는 등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증상자가 양성으로 나왔을 경우 신속하게 재검을 해서 검사 오류로 인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는 1년 넘게 24시간 검사에 매달리며 피로가 누적된 검사 인력들에 대한 지원과 충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호 연세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양 많은 사람의 검체가 있다면, 검사 과정에서 그런 검체가 100만분의 1만 다른 검체에 튀어도 양성이 나올 수 있다. 사람이 작업하는 것이라 완벽하긴 힘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하루에 수십만건의 검사가 이뤄지는데 그 중에 오류 건수는 비율만 보면 엄청난게 아니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전부 검사받고 불필요하게 입원하고 사회적 낙인도 따라 붙어서 같은게 붙으니까 피해가 크다. 학회 차원에서도 오류를 어떻게하면 줄일지 여러모로 고민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검사하는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기관도 24시간, 하루 14번씩 검사를 돌린다. 인력을 늘리고 추가 채용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코로나19 상황이 영원히 갈 것은 아니다 보니 검사 인력 늘리는데 상당히 소극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 치료 의료진들의 피로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인식하고 주목도 하지만 검사 인력들의 피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최근 신속검사 등으로 무차별적인 무증상자 검사가 이뤄지는데 그렇게 해서 제대로 (확진자를)잡아낼 수 없다. 그런데 소모되는 검사 역량을 선별진료소 등 꼭 검사가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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