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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시킨 사람 죄가 더 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청부살인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가 선고됐던 살인범이 항소심에서 징역7년으로 크게 감형된 반면 돈을 주고 살해를 부탁한 내연의 처에게는 교사범의 죄질이 더 나쁘다는 이유로 1심의 징역 7년에서 징역 12년으로 훨씬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이 판결은 법원이 청부범행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실행범 위주로 처벌해온 판단기준을 바꿔 원인을 제공한 교사범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최근 잇따르고 있는 청부살인·청부폭력사건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송재헌 부장판사)는 30일 30만원을 주고 내연의 남편을 살해하도록 시켜 살인 및 살인교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던 박주희 피고인(38·여·국악인·서울 풍납동 255의 2)은 징역 12년으로 형량을 높이고 무기가 선고됐던 살인 하수인 이만직 피고인(20·무직)은 징역 7년으로 크게 낮춰 선고했다.
박피고인은 내연의 남편인 박모씨(33)가 돈을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는 등 괴롭힌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24일 이피고인을 시켜 살해토록 한 협의로 함께, 구속기소돼 2명 모두 무기를 구형 받았었다.
당시 이피고인은 박피고인 집에 미리 들어가 있다 귀가하는 박씨를 망치로 때리고 칼로 찔러 숨지게 했으며 박피고인은 이에 박씨의 머리와 등을 망치로 때리는 등 거든후 이피고인과 함께 숨진 박씨의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싣고가다 경찰에 검거됐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박피고인이 나이 어린 이피고인을 교사해 범행에 착수토록 하고 실행과정에 적극 가담했을뿐만 아니라 실행과정과 사체유기에 이르기까지의 범행수단·방법이 가증스러운 점을 고려할 때 단순가담한 이피고인보다 훨씬 죄질이 나쁘다』고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피고인은 지방S여대 2년을 중퇴하고 밤업소에서 가야금을 연주해 왔으며 숨진 박씨는 87년10월 박피고인의 운전사로 고용된 뒤 88년1월부터 내연의 관계를 맺어왔었다.
숨진 박씨의 부인과 아들은 사건후 박피고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1천4백만원의 승소판결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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