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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웨이폰 빈자리 노린 삼성…애플·中업체 협공에 '움찔'

중앙일보

입력

LG전자와 화웨이가 빠진 스마트폰 시장 빈자리를 노렸던 삼성전자가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경쟁 업체의 견제에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아서다.

애플, 28일부터 파격 LG폰 보상정책 

일단 애플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달 28일부터 9월 25일까지 LG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중고폰 보상 정책을 내놨다. 현재 사용하고 있었던 LG전자의 4세대(LTE)나 5G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애플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 일정 수준의 중고가와 추가 보상금 15만원을 지급한다.

애플이 다른 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중고폰 보상 정책을 펼친 것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추가 보상금 지급도 이례적인 일이다.

LG전자가 지난 4월 “7월 말 휴대전화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후 삼성전자는 중고폰 보상 대상에 LG폰을 대거 추가하고 일부 모델에 대해서는 7만원의 ‘웃돈’을 주며 ‘LG 폰 수요 잡기’에 나섰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수리비와 보험료 10%를 깎아 주는 수준에 그쳤다.

삼성전자와 애플이'LG폰' 사용자를 위한 중고폰 보상과 추가 보상금을 지급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이'LG폰' 사용자를 위한 중고폰 보상과 추가 보상금을 지급을 실시한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 V50 씽큐 사용자(중고폰 가격 보장 프로그램 가입자 기준) 10명 중 8명이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애플의 공격이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LG폰 갖고오면 15만원 추가 

삼성전자도 맞불을 놨다. 이달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선택한 LG 폰 사용자를 위한 추가 보상금을 15만원으로 올린다. 업계에선 “애플이 삼성전자가 ‘홈그라운드’인 국내 시장을 독식하게 둘 수 없어서 강수를 뒀다”고 본다.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 애플이 20%, LG전자가 13%다.

202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웨이가 빠진 글로벌 스마트폰 빈자리도 삼성전자가 아닌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중국 무역 제재 직격탄을 맞았다. 스마트폰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글로벌 IT 업계에선 화웨이의 빈자리를 삼성전자가 메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화웨이가 중‧저가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 만큼 삼성전자 중‧저가 라인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샤오미, 오포 같은 중국 업체에 밀리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오포(22%)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9%로 2위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삼성전자(22%)가 오포(21%)를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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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큰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뒤졌다. 1위인 샤오미 점유율이 26%, 삼성전자가 20%다.

“5G폰 집중 공략 필요”

출하량 증가율도 샤오미가 앞선다. 지난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제품 출하량이 132%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동‧아프리카에서 샤오미 출하량은 139%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38% 늘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5세대(5G) 스마트폰으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5G만 떼어내면 4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1분기 5G 스마트폰 시장 1위(출하량 기준)는 4040만대를 출하한 미국 애플(30.2%)이 1위다. 삼성전자는 1700만대에 그쳐 2위와 3위인 오포(2160만대), 비보(1940만대)보다 적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5G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만큼, 가성비 좋은 5G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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