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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값 분노에 다급한 민주당, 안양교도소도 건드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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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는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 5선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세제완화 및 공급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위는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을 검토 중이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왼쪽)는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 5선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며 세제완화 및 공급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위는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을 검토 중이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가 안양교도소와 태릉 육군사관학교 등 수도권 내 부지에 신규택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정부에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집값 안정’이란 최종 목표를 위해선 공급 물량을 가시적으로 늘려야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곧바로 난색을 보이면서, 특위는 최종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공급분과(간사 박정) 회의에선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공급대책 주문이 이어졌다. 중앙일보 취재를 토대로 재구성한 문답은 이랬다.

▶A의원=“안양교도소를 이전하고 아파트를 짓는 방안은 어떤가.”
▶국토부 인사=“혐오시설을 이전할 경우, 대체 부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
▶B의원=“태릉 육군사관학교나 김포공항을 이전하는 방법은?”
▶국토부 인사=“중장기적으론 가능하지만 다각적 검토가 필요하다. 타 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교도소 전경. 전체 39만6700㎡ 규모여서 용적률에 따라 수천호 가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중앙포토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 있는 안양교도소 전경. 전체 39만6700㎡ 규모여서 용적률에 따라 수천호 가량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중앙포토

안양교도소나 태릉 육사, 김포공항 모두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에서 신규택지로 검토됐다가 막판에 빠진 부지다. 하지만 2·4 대책 공급물량 83만호(서울 32만, 인천·경기 29만 등 수도권 61만호) 건설의 속도가 더디고 물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특위가 정부에 재검토를 주문한 것이다.

지난 21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은 재차 거론됐다. 일부 최고위원은 “2·4대책을 위한 입법을 마무리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이 놀랄 만큼의 신규택지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특위 소속 한 의원은 “국토부가 ‘영끌’ 하라는 게 지도부와 특위 모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종부세 완화 반대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수도권 신규택지를 놓고 국토부와 대립 중이라면, 기획재정부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안을 놓고 힘겨루기 중이다. 기재부는 최근 특위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60세 이상 납세자의 종부세 과세이연(매도시점까지 세금납부 유예) ▶올해 공시가격 가액비율(90%) 동결 등 종부세 미세조정안을 설명했다. 특위가 검토해 온 종부세 과세기준(9억→12억원) 상향 혹은 과세대상 제한(공시가 상위 1~2% 이내)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7 보선 전까지 재난지원금 문제로 당과 불협화음을 겪었다. 부동산특위의 세제개편안에도 홍 부총리가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여권 전망이다. 중앙포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4.7 보선 전까지 재난지원금 문제로 당과 불협화음을 겪었다. 부동산특위의 세제개편안에도 홍 부총리가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여권 전망이다. 중앙포토

기재부 입장에선 지난해 확정된 종부세 과세기준을 바꾸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마련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20일 “기존 부동산 정책의 큰 골격과 기조는 견지하되,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민의 수렴, 당정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내달까지 모두 결론 내고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런 절충안에 힘을 실었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관료가 하기 싫은 게 정권 말에 ‘정해진 안’을 바꾸는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때처럼 정부가 당에 반기를 들 조짐도 있다”고 말했다.

막판 변수…강경파, 청와대, 야당

특위안이 마련되더라도 부동산 대책 안착까지는 3개의 산이 남아있다. 당내 강경파들이 참가할 정책 의총(27일) 협의, 고위 당·정·청 협의회(30일), 차후 야당과의 입법 협상이다.

당면 과제는 강경파 설득이다. 이들은 ‘부자 감세’ 논리를 들어 종부세·양도소득세 완화 자체를 반대한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강병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송 대표를 앞에 두고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강경파 진성준·소병훈 의원도 지난 20일 열린 국토위 의원단 간담회에서 특위 입장을 비판했다.

민주당은 25일 정책의총에서 부동산대책 함의를 모일 예정이었지만, 이를 이틀 후로 미뤘다. 명목은 문재인 대통령 방미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이지만, 실제론 당내외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은 25일 정책의총에서 부동산대책 함의를 모일 예정이었지만, 이를 이틀 후로 미뤘다. 명목은 문재인 대통령 방미 성과를 공유하는 차원이지만, 실제론 당내외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파 설득 뒤엔 청와대와의 조율 절차가 남아있다. 기재부와 국토부가 특위 검토안에 미온적인 이유도 당·청간 온도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년간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통해 다주택자 세금인상 기조를 이어온 청와대 입장에선, 당이 주도하는 정책 변화가 ‘자기부정’으로 느껴질 수 있다. 특위 관계자는 “25일로 예정됐던 부동산 정책 의총이 27일로 미뤄진 것도 당·청 물밑협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입법을 위한 야당과의 조율은 마지막 장애물이다. 여야는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놓고 극한 대치를 거듭하며 국회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1주택자 종부세 감면 기준(9억→12억원) 상향 등 자체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의당도 재산세 강화를 주장하며 민주당 특위 논의에 연일 각을 세우고 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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