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편하게 해줘야 재해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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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지킴이' 김재승씨가 펼치는 금강 사랑 운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금강 본류를 답사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금강 지킴이' 김재승씨

"물이 편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주지 않으니 재해가 나는 겁니다."

눈을 감고도 금강 유역을 다닐 수 있다는 '금강 지킴이' 김재승(57.사진)씨. 그는 요즘 '물 관리 기본법' 제정을 강력히 제안하고 있다. 하천 관련 법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고 권한도 건설교통부.환경부.행정자치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하천 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1968년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부여 등 금강 유역에 사는 군산고교 학생 15명이 모여 만든 동아리 '금강초(錦江礎.금강의 주춧돌)'의 멤버였다. 이들은 졸업 후 30년이 지나 금강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기로 약속했고 98년 11월 '하천운동 사랑'을 결성했다. 김씨가 대표를 맡고, 나머지는 회비를 내는 단체회원이 됐다. 김 대표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에서 복무한 뒤 아시아나항공에서 조종사로 일했다. "조종석에 앉아 금강과 그 지류를 바라보며 추억과 약속을 되새겼지요. 대령 예편 뒤 국제선 비행을 하면서 외국의 아름다운 강을 많이 보게 됐는데, 그때마다 개발로 흙탕물이 흐르는 금강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이 쓴 '침묵의 봄'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책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렸다. 99년 12월 항공사를 그만두고 군산으로 내려왔다. 부인은 '하천사랑운동' 생태팀장을 맡을 정도로 강력한 동지가 됐다.

김 대표는 군산에 내려올 때 짜놓은 '10개년 계획'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금강유역도(圖) 제작과 배포, 안내판 설치, 홍보책자 발간 등 '금강 알리기'는 기본이다. 금강 발원지와 본류 도보 답사 등 금강 찾아보기, 상.중.하류로 나눠 금강유역 가꾸기, 용담댐 맑은물 담기 도민대책위원회 등 금강 보전을 위한 네트워크 사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금강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사업이자 환경부의 국가습지관리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는데도 앞장섰다. 그러나 금강 박물관 건축 등 할 일도 많이 남겨두고 있다.

김 대표는 금강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잡고 일한다. 최근 금강특별법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모태로 금강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연대조직 '금강보전네트워크'를 결성했다. 그는 이 단체의 공동대표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강.영산강.금강.낙동강 등 4대 강 유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함께 '강의 날' 대회를 열었다.

그는 서울의 환경단체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현장에서 얼굴 새카맣게 태우면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 주민들과 막걸리 마셔가며 대화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보는 것 같다. 새만금 문제도 주민들과 접촉하지 않고 성명서 운동만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것 아닌가. 욕을 먹더라도 반상회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 환경운동도 지역으로, 주민의 삶 속으로 옮겨갈 때가 아닌가 싶다.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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