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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AI쓰레기통에 페트병·캔 넣자 포인트·업사이클링 보상 따라와

중앙일보

입력

소셜 벤처 ‘수퍼빈’ 본사를 찾은 김승윤(왼쪽)·김지성 학생기자가 집에서 가져온 캔·페트병을 들고 AI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 앞에 섰다.

소셜 벤처 ‘수퍼빈’ 본사를 찾은 김승윤(왼쪽)·김지성 학생기자가 집에서 가져온 캔·페트병을 들고 AI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 앞에 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음식 포장·배달이 크게 늘며 일회용 용기 사용이 급증했어요.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통계청의 음식 서비스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매일 최소 830만 개의 일회용 용기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됐죠. 이에 정부는 ‘탈플라스틱’ 사회를 지향하며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은 20% 감축하고 재활용률은 대폭 늘리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어요. 특히 분리배출의 주체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용품 관련 방안이 눈에 띄는데요. 2020년 12월 25일부터 라벨 등이 붙지 않은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시행된 데 이어, 2022년까지 플라스틱을 세분화해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4종 이상의 분리수거통을 설치합니다. 페트병·캔을 수거하는 무인 재활용 단말기도 점차 늘려갈 예정이에요. 무인 재활용 단말기에 재활용폐기물을 넣으면 에코마일리지가 적립되고, 해당 마일리지를 현금 및 상품권 등으로 전환할 수 있죠. 여기서 잠깐, 사람도 선별하기 힘든 재활용폐기물을 고작 기계가 처리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소셜벤처 ‘수퍼빈’은 “AI(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통해서라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수퍼빈 사업전략2팀 김수지(맨 왼쪽) 팀장·홍성은(맨 오른쪽) 사원과 나란히 선 소중 학생기자단.

수퍼빈 사업전략2팀 김수지(맨 왼쪽) 팀장·홍성은(맨 오른쪽) 사원과 나란히 선 소중 학생기자단.

“네프론은 스스로 폐기물의 가치를 측정하고 보상해주는 AI 쓰레기통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재활용 수요가 가장 높은 페트병·캔을 제대로 된 순환자원으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죠. 이미지 기반으로 자원의 외형을 학습하고, 축적된 학습 데이터에 따라 자원 종류를 판단해요.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새로운 자원에 대한 학습이 계속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죠. 사람이 눈으로 자원으로 보고 분류하는 것과 같은 원리랍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수퍼빈 본사를 찾은 김승윤·김지성 학생기자가 네프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프론 체험에 앞서 수퍼빈 사업전략2팀 김수지 팀장·홍성은 사원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죠.

승윤: AI 로봇이 사람 대신 분리배출하는 게 신기해요. 네프론 같은 무인 재활용 단말기가 대중화 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될 수 있을 거고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이 가져온 학생기자 수첩을 예로 들어볼게요. 어떻게 분리배출 할 건가요? (지성: 종이와 스프링을 각각 분리해 내놔요.) 맞아요. 하지만 여러분처럼 꼼꼼히 분리해 배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귀찮아서 종이로 배출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도 하죠. 현실적으로 이 모든 과정을 일일이 감시하고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긴 어려워요. 하지만 AI는 다르죠. ‘이건 플라스틱, 이건 일반 쓰레기, 이건 재활용 불가능….’ 딥러닝 학습 결과에 따라 정확히 분류하는 무인 재활용 단말기가 대중화되면 더 철저한 분리배출이 가능해질 거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지성: 분리배출 같은 일상의 실천이 환경보호에 큰 변화를 가져올까요.
냉정하게 봤을 때 현재의 분리수거 방식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여러분이 아무리 분리배출을 열심히 해도 다른 누군가가 오염된 용기를 버리면 소용없는 일이 되거든요. 또, 우리가 내놓은 재활용폐기물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수작업을 통해 수차례 선별되는데, 꼼꼼하게 걸러낸다 해도 한계가 있는 데다 비용 문제로 그냥 버려지기도 하죠. 쓰레기가 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실제 재생 가능한 상품성 있는 자원을 선별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요. 폐기물이 순환·재사용되는 새로운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승윤: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이 모든 과정에 ‘왜?’ ‘어떻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것. 수퍼빈은 그런 일을 하고자 합니다.
지성: 쓰레기 처리에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나요.
‘의성 쓰레기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지난 2019년 경북 의성군 한 농촌 마을 한편에 플라스틱·스티로폼·전선·비닐·고철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 쌓여 우뚝 솟은 산을 이뤘죠. 19만2000여t의 쓰레기를 치우는 데 무려 282억원의 비용이 들었어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사회적 손실도 문제예요. 쓰레기 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의 고통을 받는다고 해요. 냄새나고 불편하고 병에 걸릴 수 있고, 새가 쓰레기산에서 나쁜 물질을 섭취해 다른 도시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겠죠. 미국 매체 CNN에서 의성 쓰레기산의 문제를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과 함께 보도한 적 있는데, 그로 인해 한국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도 있고요. 환경문제는 쓰레기 처리 비용뿐 아니라 돈으로 측정할 수 없는 삶의 질이나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친답니다.
승윤: 현재 페트병·캔만 수거하는 네프론이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의 범주가 더 넓어질까요.
올해 말 부산에 에코델타 스마트시티가 생겨요. 생태환경과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어우러진 도시죠. 이곳에 수퍼빈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참여합니다. 페트병·캔뿐만 아니라 일반 쓰레기·음식물·기타 재활용폐기물 등을 회수하는, 보다 발전된 네프론을 개발 중이에요.
수퍼빈 김수지 팀장은 “네프론에 페트병을 투입하기 전 라벨·뚜껑·뚜껑 고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리 따개를 이용해 고리를 제거하는 학생기자단.

수퍼빈 김수지 팀장은 “네프론에 페트병을 투입하기 전 라벨·뚜껑·뚜껑 고리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리 따개를 이용해 고리를 제거하는 학생기자단.

궁금증을 해소한 학생기자단이 집에서 가져온 페트병·캔을 꺼내 들고 네프론 앞에 섰어요. 김 팀장이 “깨끗하게 잘 씻어왔네요. 페트병을 넣기 전에 주의할 점은 라벨·뚜껑뿐 아니라 병목에 있는 고리까지 제거해야 한다는 거죠”라고 설명했어요. “미처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이 입을 모았죠. 김 팀장이 건넨 페트병 고리 따개를 이용해 간단히 고리를 제거한 뒤 뚜껑과 한데 모았어요. “뚜껑과 뚜껑 고리는 또 따로 재활용할 예정이에요. 자, 이제 네프론에 재활용폐기물을 넣어 볼까요.”

네프론에 캔을 투입하면 AI가 처리 가능한 재활용폐기물인지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재활용폐기물로 분류돼 납작하게 처리된 캔.

네프론에 캔을 투입하면 AI가 처리 가능한 재활용폐기물인지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재활용폐기물로 분류돼 납작하게 처리된 캔.

네프론에 재활용폐기물을 투입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수거 보상으로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

네프론에 재활용폐기물을 투입하고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면 수거 보상으로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으로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

시작하기 버튼을 누른 뒤 재활용폐기물을 투입하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합니다. 수거 보상으로 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되죠. 페트병을 투입하자 ‘재활용폐기물을 선별 중입니다’ ‘처리가 완료됐습니다’ 문구와 함께 위잉 소리가 났어요. “또 하나 주의할 점. 네프론의 AI는 페트병·캔이 아닌 다른 소재나 크게 훼손된 폐기물의 경우 ‘처리할 수 없다’고 인식해 투입구로 다시 내보내요. 올바른 재활용폐기물로 선별되면 내부에서 납작하게 만들죠. 페트병·캔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봅시다.” 네프론 하단을 열자 종잇장처럼 납작해진 페트병·캔이 보였죠. “수퍼빈 전용 물류 차량을 통해 재활용 처리 공장으로 옮겨진 폐기물은 소재화해 의류·가방 등으로 재탄생돼요. 최근 각종 브랜드에서 출시한 플라스틱 재활용 옷도 이런 과정을 거친답니다.”

학생기자단이 김보미(가운데) 수퍼빈 디자이너와 쓰레기카페 업사이클링 키트 만들기에 도전했다.

학생기자단이 김보미(가운데) 수퍼빈 디자이너와 쓰레기카페 업사이클링 키트 만들기에 도전했다.

수퍼빈이 운영하는 쓰레기카페에서 네프론을 통해 적립된 포인트로 업사이클링 키트를 주문할 수 있다. 미니 화분 ‘그린머핀’(위)과 명함 케이스 ‘밀크칩’의 재료.

수퍼빈이 운영하는 쓰레기카페에서 네프론을 통해 적립된 포인트로 업사이클링 키트를 주문할 수 있다. 미니 화분 ‘그린머핀’(위)과 명함 케이스 ‘밀크칩’의 재료.

재활용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소품 만들기에도 도전했어요. 네프론에 재활용폐기물을 투입해 얻은 포인트로 수퍼빈 쓰레기카페에서 음료 대신 업사이클링 키트를 주문하는 거죠. 김보미 수퍼빈 디자이너가 “우유갑을 재활용한 명함 케이스 ‘밀크칩’, 유색 페트병·코르크 마개를 활용한 미니 화분 ‘그린머핀’을 만들어 볼 거예요.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면서도 아주 간단한 업사이클링이죠”라고 소개했습니다.

우유갑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테이프로 양 끝을 감싼다. 양쪽을 안으로 접은 뒤 우유갑 위·아래 부분과 바깥쪽에도 테이프를 붙인다. 벨크로까지 부착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명함 케이스 탄생.

우유갑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테이프로 양 끝을 감싼다. 양쪽을 안으로 접은 뒤 우유갑 위·아래 부분과 바깥쪽에도 테이프를 붙인다. 벨크로까지 부착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명함 케이스 탄생.

밀크칩을 만들기 위해 우유갑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명함이 들어갈 양쪽을 안으로 접어 모양을 잡습니다. 이제 색색의 테이프를 이용해 테두리를 감싸주면 돼요. 승윤 학생기자는 빨강·파랑 테이프를, 지성 학생기자는 노랑·초록·파랑 테이프를 활용했죠. 마지막으로 케이스를 마음껏 여닫을 수 있도록 벨크로를 붙이면 완성이죠.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명함을 넣으니 더 멋져 보였어요. 그린머핀은 칼을 이용해 코르크 윗부분에 틈을 만든 뒤 적당한 모양으로 자른 유색 페트병을 꽂으면 돼요. 승윤 학생기자가 유색 페트병을 물방울무늬로 꾸미자, 이에 질세라 지성 학생기자는 타원형 무늬를 새겼어요. 깜찍한 폼폼까지 달자 마치 선인장이 꽃을 피운 듯한 미니 화분이 탄생했죠.

유색 페트병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른 뒤 무늬를 그려 넣는다

유색 페트병을 원하는 모양으로 자른 뒤 무늬를 그려 넣는다

코르크를 자른 틈에 유색 페트병을 꽂으면 깜찍한 인테리어 소품 ‘그린머핀’ 완성.

코르크를 자른 틈에 유색 페트병을 꽂으면 깜찍한 인테리어 소품 ‘그린머핀’ 완성.

완성된 업사이클링 소품을 든 두 사람은 “오늘 만든 명함 케이스에 소중 학생기자단 명함을 넣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완성된 업사이클링 소품을 든 두 사람은 “오늘 만든 명함 케이스에 소중 학생기자단 명함을 넣어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업사이클링 키트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이 참 많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환경에 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써서 모르는 이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환경운동의 일환이죠. 열심히 활동하며 환경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일깨워줬으면 해요.”(홍) “오늘 여러분을 보며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환경을 소중히 여기지 않아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가는 데 너무 큰 짐을 지워준 것 같아서요. 환경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게 안타깝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이에요. 오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언가를 소비할 때마다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해요. 어떤 소재일까, 재활용이 가능할까, 나에게 꼭 필요한가 같은 것 말이에요. 합리적인 소비가 결국 기업을 바꾸고 나라를 바꾼답니다.”(김)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승윤(서울 서래초 6)·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공원에서 본 적 있는 네프론을 직접 체험하고 궁금했던 점까지 알 수 있어 재밌었어요. 직접 페트병을 넣고 페트병이 납작하게 구겨져 나오는 과정을 보니 신기했죠.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 AI를 도입해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게 놀라웠어요. 코르크·페트병·우유갑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제품도 만들었어요. ‘이렇게 많은 재활용법이 있구나.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물건을 아껴 쓰고 재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환경문제에 더 관심 갖고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김승윤(서울 서래초 6) 학생기자

얼마 전에 배달 도시락을 먹고 일회용 용기를 치우면서 고민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귀찮은데 그냥 종량제 봉투에 버릴까?’ ‘시간이 걸려도 씻어서 분리배출을 할까?’ 제게 분리배출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취재를 통해 분리배출이 단순히 쓰레기 처리가 아닌, 지구도 살리고 사회적 가치도 얻을 수 있는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선조들의 선물이고 우린 후대에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는 말이 생각나요. 앞으로는 지구를 아름답게 하는 의무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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