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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유물 속 감성·재미 요소 꺼내자 인기 상품 등극했죠

중앙일보

입력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을 찾은 김리안 학생모델(왼쪽)·박시은 학생기자가 초충도 파우치와 유물 마스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을 찾은 김리안 학생모델(왼쪽)·박시은 학생기자가 초충도 파우치와 유물 마스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면 꼭 들러보게 되는 곳.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전시나 박물관 특색을 살린 상품을 파는 문화상품점입니다. 전시의 여운을 즐기며 진열된 상품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이런 상품들은 일명 굿즈(Goods)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굿즈는 특정한 인물 혹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 특정 팬들을 위한 상품으로 통합니다. 아이돌‧캐릭터 상품, 일종의 아이콘이나 브랜드가 들어간 상품을 대부분 굿즈라고 부르죠.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굿즈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립 굿즈’ ‘국중 굿즈’라 불리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탔죠. 예전에는 박물관 상품 하면 사무용품에 그대로 사진을 얹는 형태로 만들어져 단순 기념품으로 인식되었는데요. 박물관 유물을 모티브로 세련되면서도 실용성까지 갖춰 전시 보러 왔다가 굿즈를 한가득 쥐고 가는 이들이 적지 않고, 굿즈만 사러 박물관에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지난해 9월엔 온라인 뮤지엄숍이 일시적으로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국보 제68호 ‘청자삼강운학문매병’의 색과 무늬를 절묘하게 입힌 무선이어폰 케이스‧스마트폰 케이스 등 IT 기기 액세서리 상품, 일명 ‘고려청자 굿즈’가 관심을 모으면서 접속자 수가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고, 케이스의 주문량은 2주 이상 배송이 늦어질 정도였죠. 박물관 상품이 품절 대란이 일어난 건 이례적이었습니다.

상품 기획부터 제작까지 맡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상품기획파트 서지희(왼쪽)·김수민 대리.

상품 기획부터 제작까지 맡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상품기획파트 서지희(왼쪽)·김수민 대리.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을 둘러보고 김수민·서지희 대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을 둘러보고 김수민·서지희 대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굿즈계의 강자로 떠오른 국립중앙박물관 굿즈는 누가 만드는 걸까요. 김리안 학생모델‧박시은 학생기자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1층 문화상품점을 찾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품 기획부터 제작까지 맡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상품기획파트 김수민‧서지희 대리가 반갑게 맞아줬어요. 문화상품점 안에는 문구‧생활소품‧액세서리 등 다양한 물건들이 박물관 소장품을 모티브로 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죠.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나온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구가 적힌 기획 상품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이 대중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나온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시구가 적힌 기획 상품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이 대중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유물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다양한 색깔로 나와 있고, 수시로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유물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다양한 색깔로 나와 있고, 수시로 품절될 정도로 인기다.

손거울·명함집·보석함 등 나전칠기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손거울·명함집·보석함 등 나전칠기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에코백을 비롯, 박물관 유물을 모티브로 세련되면서 실용성까지 갖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에코백을 비롯, 박물관 유물을 모티브로 세련되면서 실용성까지 갖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2020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공모 수상작도 만나볼 수 있다. 장미경 작가의 호랑이 도자 작품들.

2020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공모 수상작도 만나볼 수 있다. 장미경 작가의 호랑이 도자 작품들.

가례도감의궤 3단 자동우산·별 헤는 밤 유리컵 등 국립박물관 뮤지엄샵 베스트셀러를 한자리에 모았다.

가례도감의궤 3단 자동우산·별 헤는 밤 유리컵 등 국립박물관 뮤지엄샵 베스트셀러를 한자리에 모았다.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박물관 기념품이 대중에게 인기를 얻게 된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2015년도에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별 헤는 밤’ 시리즈를 기획했는데 그때 입소문을 많이 탔죠. 별 헤는 밤 컵에 음료를 담으면 글씨가 더 또렷하게 보이고 음료 컬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감성을 건드리면서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좀 더 좋아해 주셨던 것 같아요.”(서지희) 별 헤는 밤 컵은 여전히 문화상품점 한 코너를 장식하고 있었죠. 다양한 색깔의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도 온라인숍에서 품절될 정도로 인기입니다. 이밖에 영조와 정순왕후의 가례가 기록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를 모티브로 한 의궤 넥타이‧손수건‧3단 우산, 신사임당 ‘초충도’를 재해석한 에코백‧파우치‧양산‧부채 등의 시리즈 상품, 다양한 특별전시 상품과 전국 국립박물관 유물을 활용한 상품들도 눈에 띄었죠. 김리안 학생모델은 백자 달항아리에 시선을 뺏겼어요.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복제품이라도 실제로 보는 게 더 예쁘네요.” 박시은 학생기자는 "엄청 실용적"이라며 마스크와 마스크 스트랩 제품을 눈여겨봤죠. 코로나19로 출시된 마스크는 꾸준히 잘 나간다고 해요.

선사시대 미니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상품을 체험하는 김리안 학생모델.

선사시대 미니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상품을 체험하는 김리안 학생모델.

선사시대 미니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상품을 체험하는 박시은 학생기자.

선사시대 미니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상품을 체험하는 박시은 학생기자.

발굴터를 계속 파다 보면 숨겨져 있는 코뿔소·매머드·동굴벽화·돌도끼·슴베찌르개 다섯 개의 유물을 찾을 수 있다.

발굴터를 계속 파다 보면 숨겨져 있는 코뿔소·매머드·동굴벽화·돌도끼·슴베찌르개 다섯 개의 유물을 찾을 수 있다.

학생기자단은 자리를 옮겨 고고학자처럼 선사시대 미니유물을 발굴할 수 있는 상품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어요.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호모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 전시 관련 선사시대 테마 굿즈들을 살핀 뒤 제품을 개봉하자 비닐로 된 작업판과 발굴터 모형, 유물을 캐낼 도구와 흙을 털 수 있는 솔 등이 들어있었습니다. 도구를 이용해 발굴터를 파내는데 생각보다 단단해 쉽지 않았죠. 여러 번 시도 끝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며 유물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났습니다. 묻힌 유물이 잘 안 보여 애를 먹기도 했지만 꾸준히 파낸 결과 코뿔소‧매머드‧동굴벽화‧돌도끼‧슴베찌르개 총 다섯 개의 유물을 찾아냈죠. 땅속 유물을 직접 발굴하는 기분을 내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상품 기획부터 제작까지 맡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상품기획파트 서지희(왼쪽)·김수민 대리.

상품 기획부터 제작까지 맡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 상품기획파트 서지희(왼쪽)·김수민 대리.

리안 개인적으로 제작한 문화 상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주세요.
김수민(이하 김) 2019년에 제작했던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전시 상품이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유행하는 소재 중 하나가 양털 소재였거든요. 이걸 핀란드의 추운 겨울 감성에 적용해 파우치와 가방을 만들었었는데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또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만들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마스크를 제작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서지희(이하 서) 우표가 기억나요. 우표를 개인적으로 수집하는 편도 아니고 관심 있는 편도 아니어서 우표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 굉장히 당황했어요. 자료 조사도 많이 했는데 우표가 면적이 작잖아요. 그래서 되게 쉽게 봤거든요. 저 작은 면적에 그냥 유물만 넣으면 되겠지 싶었는데 생각보다 들어가야 하는 요소가 굉장히 많았고 그렇다고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서 적절한 배열이 필요하더라고요.

시은 문화상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과 보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세요.  
힘들다기보다는 어려운 점이 있어요. 국립박물관이니까 상품을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야 돼요. 요즘 중국 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저렴하고 예쁘게 만들 방법도 있는데 한국에서만 만들어야 돼서 제작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가격도 좀 더 비싸고요.

주변에서 ‘예쁘다’ ‘누가 만든 거냐’ 이런 격한 반응을 보여주실 때 뿌듯하고, 무엇보다 문화상품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크기 때문에 그걸 디자인한다는 자부심, 자긍심이 들죠.

리안 상품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보통 기획, 디자인 개발, 제품 양산 세 가지 순서로 진행됩니다. 기획은 어떤 유물로 어떤 품목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구상하는 거예요. 여러 차례 회의하고 조금씩 정리가 돼서 어느 정도 도출되면 그걸 가지고 디자인 작업을 하죠. 프로그램을 직접 다루면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디자인하면서 품목을 조금 더 정해요. 그때 계절이나 어떤 게 유행인지, 인기 품목도 반영해서 품목을 정하고, 디자인도 완성이 되면 일단 가능한 것을 샘플 제작 요청을 하고요. 나머지는 직접 양산하죠. 양산이라는 건 공장에 데이터를 주면서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하는 과정이거든요. 그때 공장에서 만드는 과정을 보러 오라고 하면 직접 가서 색깔을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맞춰 달라고 얘기도 하죠.

시은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보물과 자료가 많은데 어떤 기준으로 문화상품을 선정하나요.
어떤 유물을 선택할지 굉장히 많이 고민해요. 유물 리스트를 통해 먼저 유물을 파악한 다음에 유물의 형태나 문양이 재미있으면 조금 더 상품에 구현해내기 쉽기 때문에 그런 걸 눈여겨보죠. 학예사들과 소통도 합니다. 선정해야 하는 대표 유물은 어떤 게 있는지 좀 추려달라고 하거나 유물에 재미난 요소가 있는지 묻고 상품에 적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리안 미래에 문화상품이나 굿즈를 만드는 일을 하려면 어떤 공부나 연습을 해야 하나요.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디자인 전공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정말 어린 친구들한테 전해주고 싶은 거는 박물관도 많이 가보고 또 미술관·도서관도 많이 가서 체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책을 많이 읽으면서 흥미가 생기는 게 무엇인지 파악했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하다 보면 꿈이 생기니까 그 방향을 타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질적인 거는 툴을 잘 다룰 수 있어야 돼요. 굿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아야 하거든요. 프로그램을 잘 다뤄야 내가 생각한 것을 더 잘 표현할 수가 있어요. 체험도 중요하죠. 체험하면서 관찰을 많이 하고 그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시은 지금 준비 중인 상품은 어떤 게 있나요.
소속 박물관 중 진주박물관 특화 상품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얼마 전에 진주에 가서 실제로 유물을 보고 학예사분과 어떻게 상품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얘기하고 왔어요. 아직은 초반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만들겠다는 얘기는 안 나왔지만 10월 정도로 상품 출시를 생각하고 있어요. 또 연말에 반가사유상 전용관이 생겨서 반가사유상 상품도 시장조사를 하면서 찾아가는 중이에요. 연말 출시 예정이랍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국립박물관문화재단, 동행취재=김리안(서울 잠일초 5) 학생모델·박시은(서울 여의도초 5)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여러 가지 굿즈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관련 취재 기회가 오다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취재 전 온라인상으로 여러 종류를 보고 갔음에도 실제로 본 굿즈들은 훨씬 더 다양하고 아름다웠답니다. 간단한 메모지, 손수건부터 각종 장신구까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유물들을 담아낸 다양한 굿즈들이 저를 놀라게 만들었어요. 더욱 많은 분들이 박물관에 오셔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김리안(서울 잠일초 5) 학생모델

굿즈를 파는 뮤지엄숍은 문구점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 제 예상과 달리 도자기를 비롯해 그릇·옷 같은 다양한 생활용품도 팔고 있어서 참 신기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숍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자랑거리와 특징을 여러 가지 물건으로 탈바꿈시킨 장소라고 느껴졌습니다. 인상 깊었던 굿즈는 금동대향로를 자세히 보면 보이는 5명의 악사와 여러 동물을 재미있게 재해석한 그림이 그려진 가방이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알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문화가 얼마나 멋있고 매력 있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박시은(서울 여의도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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