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공짜점심 아니었다···세금·연금·보험료 부담 급증

중앙일보

입력

공짜 점심은 없었다. 올해 들어 가계의 세금과 연금ㆍ사회보험료 지출이 늘었다. 소득이 적을수록 부담이 더 컸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가계는 조세(세금)와 연금기여금, 사회보험을 내는 데 월평균 47만3194원을 지출했다. 1년 전과 비교해 5.5% 늘었다. 지난해 1분기(1.7%)와 견줘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세무법인 사무소 앞 모습. 뉴스1

지난 4월 서울 강남구의 한 세무법인 사무소 앞 모습. 뉴스1

항목별로는 비경상조세가 48.9% 큰 폭으로 늘었다. 비경상조세는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경상조세)이 아닌 양도소득세ㆍ취득세 등 일시적으로 내게 된 세금을 말한다. 부동산 거래가 늘고 가격도 치솟으며 관련 세금 지출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사회보험료(5.8%), 연금기여금(4.5%), 경상조세(1.4%) 지출도 늘었다.

소득 수준별로 나눠보면 차이가 확연했다.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계는 올해 1분기에 한 달 평균 4만4676원을 조세ㆍ연금ㆍ사회보험료로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2.2% 급증한 액수다. 지난해 1분기(-2.3%) 감소했던 것에서 상황이 역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 소득 계층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오름폭은 덜 했다. 2분위 17.4%, 3분위 9.4%, 4분위 6.1% 상승률을 각각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도리어 관련 지출이 4.3% 줄었다.

보통 세금이나 연금ㆍ사회보험료는 소득에 비례한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세금ㆍ연금ㆍ사회보험료를 적게 내고 있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문제다. 올해 들어 저소득 가계의 공적 지출 부담이 가파르게 늘었다.

정부에 내야 할 세금ㆍ연금ㆍ사회보험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가계 살림에 비상등이 커졌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가계 지출을 줄여주기보다는 직접 지원을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재정 지원에 의한 왜곡 현상을 부를 위험이 있다”며 “정밀하게 설계하지 않고 급조해 지원하다 보니 효과는 적고, 결과적으로 중산층은 물론 저소득층의 부담까지 늘리는 결과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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