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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 비트코인값 폭락하자, 다시 고개 든 진짜 '골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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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 물가가 크게 올라 돈 가치가 떨어져도 미리 금을 사두면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값의 흐름도 반전했다.

비트코인값 추락하며 상황 반전 #변동성 약점 노출, 돈 흐름 변화 #금값 두달 보름 만에 9.5% 상승 #금리인상 가능성, 상승폭 제한적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1g 가격은 지난 21일 6만8190원에 마감했다. 지난 1월 6일 기록했던 연중 최고가(6만9230원)에 바짝 다가섰다. 연중 최저가였던 지난 3월 5일(6만2300원)과 비교하면 9.5% 상승했다.

들썩이는 금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들썩이는 금값.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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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도 오름세다. 지난 2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은 온스당 1873.3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3월 말의 연중 최저가(1687.27달러)와 비교하면 11% 뛰었다. 골드바 제조·판매사인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전무는 “이달 들어 골드바를 포함해 금을 찾는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며 “지난달까지 하루 평균 100kg을 팔았다면 이달 들어선 하루 평균 120~150kg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30분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3만705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6만3347달러)과 비교하면 42% 하락했다.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비트코인의 극심한 변동성에 돈의 흐름이 바뀌는 모습이다. 그동안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사두면 물가 상승으로 돈 가치가 떨어지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출렁이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출렁이는 비트코인 가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출렁임이 심해지자 글로벌 ‘큰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대신 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지난 19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노트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비트코인 펀드에서 돈을 빼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넣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JP모건은 또 “기관들은 최근 6개월간 이어진 비트코인의 상승 흐름이 끝난 것으로 느끼는 듯하다”며 “대신 전통적인 투자 대상인 금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암호화폐가 금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전통 (투자) 자산보다 변동성이 심해 교환의 매개체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플레이션 우려로 당분간 금값이 오를 수는 있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의 신호를 예상보다 빨리 켤 수 있어서다. 국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가 붙지 않는 금값은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세와 Fed의 테이퍼링 가능성을 감안하면 (금값의) 추세적인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금값이 온스당 1600~1950달러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부터 각국이 (금융시장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 금값이 과거 고점인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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