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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관련주 줄줄이 급락에…"날마다 쇼크" 개미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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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직장인 이모(35)씨는 요즘 비트코인의 ‘비’자만 나와도 속이 쓰리다. 그는 이달 초 1400만원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주식을 샀다. 지난 11일 303달러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1일 224.35달러까지 내렸다. 이씨는 21% 넘는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 직접 투자 대신 관련 주식을 샀는데 후회막심”이라고 말했다.

개미도 ‘암호화폐 쇼크’ 연쇄충격 #업비트·빗썸 관련사 줄줄이 급락 #미 코인베이스 상장 이후 최저가 #KB·하나·우리은행 계좌제휴 거부 #암호화폐 거래소 대거 폐쇄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규제 강화로 촉발한 ‘암호화폐 쇼크’가 관련 종목의 주가도 크게 떨어뜨렸다. 이른바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중 암호화폐 관련주를 산 투자자의 평가손실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에선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많이 내렸다. 두나무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티넘인베스트 주가는 지난 20~21일 이틀간 15% 급락했다. 에이티넘은 두나무의 지분 6.6%를 갖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기술투자(두나무 지분율 7.6%)는 14.8%, 한화투자증권(6.2%)은 9.3% 내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비덴트 주가도 이틀간 15.2% 하락했다. 비덴트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 지분 10.3%를 갖고 있다.

잇단 악재에 비트코인 관련주 급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잇단 악재에 비트코인 관련주 급락.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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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21일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지난달 중순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채굴업체 라이엇블록체인은 지난 12일 이후 23.5% 급락했다. 비트코인을 40억 달러 이상 사들인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같은 기간 22%가량 내렸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도 5.9% 하락했다.

코인베이스는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이후 국내 투자자는 코인베이스 주식 1억562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테슬라는 서학개미가 가장 많은 잔고(79억 달러)를 보유한 해외 주식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은 “테슬라 등 일부 해외 (암호화폐) 관련주는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세계 각국에서 암호화폐 규제가 나올 조짐”이라며 “(암호화폐) 관련주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네 곳(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을 제외한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는 무더기로 폐쇄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은행 한 곳 이상과 실명확인 계좌의 업무제휴를 하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더 이상 영업할 수 없다. 현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내주지 않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신한·농협은행은 기존에 제휴한 거래소를 제외한 신규 제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제휴하지 못한 암호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이라도 제휴 대상을 찾아야 한다. 특금법에 따라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신한·농협·K뱅크도 거래소 검증 착수

시중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줬다가 자칫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해도) 수수료 등 관련 수익은 많지 않다. 그런데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 금융사고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도 “(암호화폐는) 자금세탁 등 범죄와 연루될 위험이 있다. 매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신한·농협은행과 케이뱅크도 기존에 제휴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특금법 기준과 관련해 (암호화폐 거래소에) 계속 보완을 요청하고 있다”며 “보완 결과를 보고 재계약과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오는 9월 말까지 은행에서 실명확인 계좌를 받을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100여 곳이 영업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의 정책자문기구인 금융발전심의회에선 암호화폐 관련 금융위의 대응에 비판적인 의견도 나왔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금발심 분과위원장들이 참여하는 정책평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용진 금발심 산업·혁신분과위원장(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은 “암호화폐 관련 젊은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소관 부처는 금융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황의영·안효성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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