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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어 美도 암호화폐 압박…"거래 신고·디지털 달러 논의"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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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를 겨냥한 각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도 칼을 빼 들었다. 1만 달러(약 1133만원)가 넘는 규모의 암호화폐를 세무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암호화폐 규제안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디지털 달러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 “1만 달러 이상 암호화폐 국세청 관리”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로이터=연합뉴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앞으로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는 국세청(IRS)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탈세를 포함한 다양한 불법행위를 통해 암호화폐가 (금융) 감독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계획은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위한 IRS의 추가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재무부의 결정에 따라 미국 내 암호화폐 자산과 암호화폐 거래소, 암호화폐를 허용하는 결제서비스 관련 계좌는 모두 IRS의 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암호화폐 규제안은 이날 공개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강화 계획안에 담겼다.

재무부의 이런 움직임은 예견됐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암호화폐 규제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지난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옐런은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돈세탁이 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비트코인에 대한 모든 조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Fed “여름에 디지털 달러 연구 보고서 낸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홈페이지에 영상 메시지를 남긴 제롬 파월 Fed 의장.[CNBC 캡처]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홈페이지에 영상 메시지를 남긴 제롬 파월 Fed 의장.[CNBC 캡처]

중앙은행도 ‘디지털 달러’의 기치를 들고 암호화폐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재무부의 규제안 발표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은 Fed 홈페이지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 파월은 “Fed가 자체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름 안으로 연구보고서를 공개해 CBDC에 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월은 “연구보고서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생각을 전반적으로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Fed가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의 잠재적 이익과 위험이 집중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화폐에 관한)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Fed가 주도적 역할을 하기 원한다”고 했다.

암호화폐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암호화폐가 불완전한 탓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파월은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통화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불 구조는 여전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결제 혁신이 전통적 규제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만큼 암호화폐와 핀테크 혁신이 사용자들과 전반적 금융시스템에 잠재적으로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中 “불법 규정” 美 “제도적 관리”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모두 암호화폐 규제에 나섰지만 결은 다르다. 중국은 암호화폐 자체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거래·결제 행위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의 방점은 암호화폐 금지가 아닌 투자자 보호와 감독에 찍혀 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기관이 없으면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SEC에 감독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선 ‘기술 중립(technology neutral)’의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자처럼 암호화폐 투자자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관련 투자상품이 나오는 등 암호화폐 자산이 주류 금융시장으로 이미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암호화폐 전면 금지와 같은 제도가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4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인베이스의 광고 전광판을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코인베이스의 광고 전광판을 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아는 시장도 규제와 함께 발맞춰 성장하겠다는 생각이다. CNBC는 “월가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재무부와 SEC 등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SEC의 감독은) 올바른 암호화폐 규제 방법에 대해 대화할 기회”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원하면 코인베이스는 미국 정부의 CBDC 발행을 지원할 것”이란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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