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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주 4일 문 열고 식빵만 파는데…이 부부 빵집 대박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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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86)

어느 날 기자가 찾아와 은퇴 설계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가 인터뷰 마지막에 은퇴 준비는 과연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에게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 고1 때부터 하는 것이 유리한지, 고3 때부터 하는 것이 유리한지 반문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1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답했다. 은퇴를 준비하는 것도 그와 같다며 40대부터 하는 게 좋은지, 50대부터 하는 게 좋은지 다시 물었다. 그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인 다수가 은퇴를 꿈꾸면서 정작 은퇴 준비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아직 먼일이라고 여기고 뒤로 미루곤 한다. 그러다가 막상 은퇴하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이것저것 서둘게 마련이다. 급기야 남의 말만 믿고 자영업을 창업하는 사람도 있는데, 준비 없는 창업은 대개 실패로 끝난다. 비로소 재직 중에 은퇴 준비에 소홀했던 것을 자책해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최근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정년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법정 정년을 늘려도 혜택을 받는 사람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또는 교원처럼 근무여건이 비교적 좋은 직장인이다. 일반 사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년을 늘려도 실질적으로 나이 50대에 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년을 늘리기보단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직업 교육을 장려해야 하는 이유다. 50대는 자식의 학비를 대느라 지출이 많거니와 부모도 봉양해야 하는 시기여서 무엇이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아무 준비 없이 퇴직한 사람이 갈만한 곳은 흔치 않다.

직장인이 흔히 은퇴하면 카페나 운영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겠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오산이다. 어떤 분야라도 자영업은 거의 중노동과 다름없다. [사진 unsplash]

직장인이 흔히 은퇴하면 카페나 운영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겠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오산이다. 어떤 분야라도 자영업은 거의 중노동과 다름없다. [사진 unsplash]

고민 끝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사업설명회에 갔다가 그들의 말만 믿고 창업한 이웃이 있다. 혼자 자영업을 창업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문을 열었는데 운영은 몹시 힘들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데도 수입은 그가 고용한 아르바이트 학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럴 바엔 왜 창업을 했나 싶어 문을 닫고 싶어도 그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이제는 점포 월세 내기도 어렵다고 울상이다.

자영업자의 입장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자영업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 사표를 낸 후 제일 먼저 했던 일은 50평 정도의 공간을 구해 고전음악 카페를 오픈한 것이다. 비교적 오래전부터 준비했음에도 막상 현실에 부딪히자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은 그동안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정시에 퇴근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야근하는 일이 간혹 있어도 대부분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카페를 운영할 때는 늘 10시가 넘어 퇴근했다. 게다가 음악회를 하는 날은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집에 갈 수 있었다. 평소 고객의 수를 가름할 수 없는 것도 어려웠다. 어느 때는 그저 하릴없이 가게를 지키다가 어느 때는 또 너무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손이 모자라니 고객이 불평하는 것은 당연했다.

직장인이 흔히 은퇴하면 카페나 운영하며 유유자적하게 지내겠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건 오산이다. 어떤 분야라도 자영업은 거의 중노동과 다름없다. 물론 돌이켜보면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카페를 경영하며 좋은 사람을 참 많이 만났다. 그들과는 지금도 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동병상련이라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는 기회도 되었다. 하루는 글쓰기 공부를 하는 인생학교 포토에세이반 회원들과 우리 주위에 있는 자영업자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의견을 나누었다.

한 사람은 백화점을 이용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그런 습관은 재벌기업을 돕는 것이라며 다소 불편하고 가격이 높더라도 동네 상가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회원은 자신이 겪은 미담을 하나 들려주었다. 모친께서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일을 살 때 일부러 좋지 않은 과일을 골라 사셨다고 한다. 좋은 과일은 다른 사람에게 팔라는 마음에서 나온 배려다. 과일 장사는 미안해하며 그럼 반값만 받겠다고 해도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상가 중에서 착한 가게를 선정해 그들의 창업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글로 엮어 무크지를 만든 다음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는 방법도 궁리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좋은 사례가 있다. 50대 부부인데 몇 년 전 아파트 부근 상가를 하나 얻어 빵집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식빵 한 가지만 판다. 일주일에 4일만 문을 열고 빵의 판매도 주로 주문에 의한다.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주문하고 오후에 찾아가는 방식이다. 혹시라도 늦게 주문하면 오늘 주문은 마감해 재고가 없다고 한다. 휴일인지 모르고 전화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집 빵만은 예외다. 아마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듯하다.

불황일수록 일부러 동네 가게나 상점을 이용하는 그런 배려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사진 unsplash]

불황일수록 일부러 동네 가게나 상점을 이용하는 그런 배려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사진 unsplash]

가족끼리 운영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있다. 골목에 위치하고 간판도 작아 찾기도 쉽지 않은데 맛 만은 일품이다. 그런 까닭에 늘 찾는 사람이 많다. 알고 보니 그곳 셰프가 특급호텔에 근무했던 전직 요리사였다. 이처럼 자영업을 하더라도 자신이 잘하는 분야라야 성공할 수 있다. 식당 운영을 우습게 생각하고 직장에서 퇴직하면 나중에 식당이나 하지 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식당은 자영업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분야다.

친구와 같이 여행을 갔을 때다. 낯선 곳을 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역시 익숙하지 않은 길은 몸을 지치게 했다. 배도 출출해 동네 사람이 소개하는 식당에 갔는데 가격도 저렴한 데다가 맛도 훌륭했다.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 조그만 메모지에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내용과 감사의 글을 썼다. 그리고 주방에 있는 요리사에게 전해 달라고 홀에 있는 종업원에게 건네주었다.

식사를 거의 마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홀서빙하는 사람이 요리를 하나 갖고 왔다. 웬일인가 했더니 주방 아주머니가 내가 건네준 글을 보고 고마워서 서비스로 주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뜻밖이었지만 그도 이런 메모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하며 감사를 표했다. 자영업을 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마디 고맙다는 말에도 마음이 움직인 듯하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며 생계형 창업을 여기저기서 하고 있다. 그런데 나름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남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법이다. 과거 개인이 하던 소매업종까지 대기업에서 체인화해 진출하기도 한다. 물론 백화점이나 큰 마트에 가면 편리하고 물건도 싸게 살 수 있다. 그럼 우리 이웃은 누가 도와줄 것인가? 더구나 코로나가 유행하며 요즘 자영업 업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불황일수록 일부러 동네 가게나 상점을 이용하는 그런 배려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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