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바이든 없이 SK 美공장 찾나···SK도 LG도 표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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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 공군기지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 청와대 페이스북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전기차 배터리 공장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와 SK 양측이 막바지 의전 조율 작업을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장과 그 주변에 머무는 시간과 임직원과의 대화 일정 등이 유동적이어서다. 전날 한ㆍ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백악관에서 900㎞ 거리에 있는 SK 공장까지의 이동 방식도 경호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20일 “현재로선 문 대통령과 함께 최태원 회장이 현지 공장을 둘러보는 일정만 확정적”이라며 “바뀔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 SK 美 배터리 공장 방문

문 대통령이 조지아 현장에서 만날 미국 측 인사로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가 거론된다. 켐프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으로 SK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관련 분쟁을 벌일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해 SK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던 인물이다. 이날까지 청와대와 SK가 정리한 방문자 예정 명단에 바이든 대통령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경영계 일부에선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작 투자 지역 시찰엔 함께 가지 않는 것을 두고 한국에 대한 홀대론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8년 7월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공장에 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모디 총리가 함께 했던 것과 대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번 방문의 사전 기획을 함께 한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 없는 문 대통령만의 방문이라고 해서 ‘홀대’라는 평을 내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을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라고 말한 것으로 충분한 메시지가 됐다"고 말했다.

배터리 산업 중요성 언급할 듯

문 대통령이 미국 내 여러 투자 현장 중 SK 공장을 방문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경영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SK와 LG는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를 두고 미국에서 수년간의 분쟁을 겪었고 LG측의 승리로 일단락된 게 지난 2월이다. 이에 앞서 2012년 배터리를 들고 미국에 진출한 LG는 미시간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오하이오주에도 추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대해 경영계에선 "문 대통령이 SK 공장에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LG 측이 그간 미국 시장에서 기울여온 노력에 대해서도 격려를 함으로써 균형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배터리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현대차는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각각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갖는 경영계 대표성과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고려해 SK 공장을 방문지로 정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