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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참, 靑에 "이재용 부회장 韓·美 정상회담 배석 요청" 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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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중앙포토

제임스 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중앙포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암참 관계자는 이날 “반도체 투자와 협력 방안이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는 만큼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이 배석할 수 있도록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21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다. 두 정상은 반도체·배터리 등의 협력 증진을 통한 경제동맹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참이 이 부회장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암참은 올해 초 이 부회장 재구속에 대해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지난 1월 화상으로 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서도 “(이 부회장 재구속은) 한국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얼마나 큰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한국의 독특한 사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CEO는 경쟁국보다 사법 리스크에 많이 직면하고 있어 경영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당시 “삼성은 한국 기업이지만 세계적으로도 리더십을 가진 중요한 기업”이라며 “삼성이 글로벌 리더십 유지하며 지속해서 기업활동을 이어가길 바란다”고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지사장 등을 지낸 제임스 김 회장은 2014년부터 암참 회장을 맡고 있다.

암참이 문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 관련 서한을 보낸 데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각) 제임스 김 회장의 인터뷰를 곁들여 한국 특파원발로 보도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pardon)은 미국과 한국에 큰 경제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파이낸션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든(pardon)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국내 일부 언론은 암참이 청와대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요구했다고 인용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암참 측은 "청와대에 지난주 발송한 서한에서 사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영어 단어 파든(pardon)은 사면이나 용서 등 다양한 의미로 폭넓게 해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암참의 서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달됐다는 것에 주목했다. 바이든 정부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를 경제 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공급망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고 텍사스와 뉴욕주, 애리조나주 중 한 곳에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죄 판결을 받은 기업인과 정치인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은 한국 정치의 공통된 특징”이라며 “2015년 한국 재계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면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기업인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이 한국 사회를 크게 분열시키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이런 관행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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