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 미달' 대학 위기에…교육부 '부실대 퇴출' 카드 꺼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0 14:07

학생 수 감소로 올해 지방대에서 신입생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교육부가 부실대학 퇴출 절차 정비에 나섰다. 계속 운영이 어려운 대학에는 폐교 명령까지 내리고, 일반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내걸어 정원 감축을 유도한다.

정종철 교육부 차관. 사진은 12일 충북사대부고에서 열린 학교혁신공간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종철 교육부 차관. 사진은 12일 충북사대부고에서 열린 학교혁신공간 개관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교육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계적 대학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2010년 이후 대학 충원율(정원 대비 실제 입학 인원)은 97~98%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91.4%로 뚝 떨어졌다. 앞으로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 인구 감소가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교육부로선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올해 대학 미충원 인원 4만586명 중 3만458명(75%)이 비수도권으로, 지방대의 위기가 더 심각하다.

위험대학은 폐교까지…이외 대학은 자율혁신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부실한 대학은 폐교를 시킬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재정 수준을 진단해 위기에 있는 대학을 ‘위험대학’으로 분류한다. 분류 기준은 올해 하반기에 구체적으로 내놓을 예정인데, 임금체불·자금유동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위기 수준에 따라 1·2·3단계로 나눈다. 2단계까지는 자생력이 있다고 보고 기회를 주지만, 3단계 위험대학은 폐교 명령까지도 가능하다. 자진해서 폐교하기를 원하는 경우 필요한 요건과 절차 등을 하반기 정책연구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권역별로 기준 충원율 맞춰야…미달시 정원감축 

위험대학이 아닌 대학은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할 기회를 주되, 권역별 유지충원율 기준을 정해 미달하면 정원을 줄이도록 한다. 교육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부분의 일반대학은 내년 3월까지 적정 규모화를 포함한 자율혁신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자율혁신계획을 받고 나면 교육부는 이 대학들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맞춰야 하는 ‘기준 유지 충원율’을 제시한다. 해당 권역 내 하위 30~50%의 대학에는 정원감축을 권고할 계획이다.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중단하기 때문에 사실상 반강제적 조치다. 송근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신입생 충원율 뿐 아니라 재학생 충원율도 고려해 기준 유지 충원율을 만들겠다”고 했다. 등록만 해 놓고 중도 이탈하는 학생도 많기 때문에 재학생 수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살펴보겠단 얘기다.

전국 대학에 똑같은 충원율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권역별로 다른 기준을 준다는 점에서 교육부는 수도권-비수도권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송 과장은 “전국에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면 미달하는 곳 대다수가 지방대학일텐데,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권역별·지역별로 다른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하고자 한다”는 게 송 과장의 설명이다. 때문에 수도권에서도 하위 30~50%의 대학이 정원을 감축해야 할 수 있다.

대학 미충원 인원, 3년새 5배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대학 미충원 인원, 3년새 5배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학부 줄이는 대신 대학원생 늘려도 돼’ 유인책도

다만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원이 조정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수도권이 다른 권역보다 높은 기준 유지 충원율을 부여받아 이에 미달한다 해도, 수도권 상위 50~70%의 대학은 여전히 감축 권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학부 정원을 줄여 대학원 정원을 늘리게 하거나 '모집 유보 정원제' 등의 별도 대책도 추진한다.

지금은 학부 정원 1.5명을 줄이면 석사과정 1명을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좀더 유리하게 바꿔 대학들이 학부 정원을 더 많이 줄이고 경쟁력있는 대학원(전문대학원 포함, 의학·법학전문대학원은 제외) 정원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모집 유보 정원제는 일시적으로 정원을 줄였다가 나중에 다시 늘릴 수 있는 식으로 정원 감축 뿐 아니라 유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경주대·서울기독대 등 재정지원 제한대학 발표 

한편 교육부는 이날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18개교도 발표했다. 경주대·금강대·대구예술대·신경대·제주국제대·한국국제대·한려대·서울기독대·예원예술대의 일반대학 9개교와 강원관광대·고구려대·광양보건대·대덕대·영남외국어대·웅지세무대·두원공과대·부산과기대·서라벌대의 전문대학 9개교다. 내년부터 이 대학에 새로 가는 학생들(신·편입생)은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제한을 받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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