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화이자 백신 교차 접종 될까?…방대본 "연구 추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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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 2차 교차로 접종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하는 모습.프리랜서 김성태

해외에서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 2차 교차로 접종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하는 모습.프리랜서 김성태

해외에서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2차 교차로 접종해도 안전하며, 예방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선 현재 교차 접종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보건당국은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9일 최근 스페인의 코로나19 백신 교차 접종 연구 결과와 관련, 국내에서도 시행 방안을 검토하는지 묻는 질의에 ”국립보건원에서 교차 접종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대본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자의 추가 접종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라며 “예방접종의 안전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국영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는 18일(현지시간) 1차 접종으로 AZ 백신을 맞은 18~59세 67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간 엘파이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연구진은 450여명에게는 AZ 백신 1차 접종 후 8∼12주 뒤 화이자 백신을 맞히고, 나머지는 아무런 백신도 접종하지 않은 뒤 두 집단을 비교했다.

해외에서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 2차 교차로 접종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자료사진

해외에서 서로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차, 2차 교차로 접종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방역 당국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AFP 자료사진

그 결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인 화이자로 2차 접종한 집단의 경우 접종 일주일 뒤 면역 반응이 120배 증가했고, AZ 백신만 1차 접종한 집단에서는 동일한 면역 수준이 유지됐다고 한다. 화이자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한 집단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7배 더 증가해 AZ 백신으로 1, 2차 접종을 마쳤을 때보다 오히려 효과가 2배 이상 높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1차에 AZ 백신을 맞고 2차에 화이자 백신을 교차 접종했을 때 이상 반응 사례는 1.7% 수준이었으며 주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으로 가벼운 증상이었다. 스페인 방역 당국은 AZ 백신을 맞은 후 혈전이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보이는 극소수의 경우를 고려해 60~69세에만 AZ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AZ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한 60세 미만은 이번 교차 접종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2차 접종 시점을 16주 뒤로 연기했다.

그간 보건당국은 과학적 근거를 이유로 들며 교차 접종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희귀 혈전 우려로 30세 미만에 대한 AZ 접종이 제한된 만큼 이미 AZ로 1차 접종한 13만명은 2차 접종을 AZ가 아닌 화이자 등 다른 백신으로 맞게 하는 교차 접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당국은 “30세 미만은 AZ로 2차를 맞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교차 접종 방안에 대해 일단 “연구 중”이라면서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백신의 일반적인 특성을 고려하면 교차 접종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은 개발 기간이 짧았고, 이에 과학적 검증이 접종과 함께 이뤄지고 있어 새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스페인 사례도 이런 시도 중 하나로, 국내에서도 상당히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어르신들이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전문가도 비슷한 입장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페인의 연구는 670명이라는 한정된 인원으로 진행한 연구여서 아직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있다. 전 연령대에 걸쳐 추가적인 이상 반응 등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교차 접종 실험은 각 나라에서 백신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진행을 시작한 만큼 국민의 불신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명확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다만 “이론상으로 교차 접종으로 인해 중증 이상 반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추가 위험은 크지 않다”며 “각 백신이 자극하는 면역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2회 이상 일명 ‘부스터’ 접종을 하는 경우 mRNA 백신으로 교차 접종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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