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 선생님] 신뢰 심는 경제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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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얼마 전의 일입니다. 아이와 함께 공공 주차장을 이용하게 됐는데 입구에서 거의 하루치 주차요금을 미리 달라고 하더군요.

낡은 차를 그대로 두고 가버리는 사람이 하도 많아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갈 때 차액을 돌려주겠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불신을 받고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신뢰가 형성되지 못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소비자가 예약해놓고 구매하지 않아 '부도'를 내거나, 신청한 민원서류를 찾아가지 않는 일들이 모두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신뢰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신뢰가 깨지면 그 사람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약속을 어기는 몇 사람 때문에 각종 벌칙을 부과하거나 불필요한 조건을 달게 되고, 대부분의 사람이 불편을 겪게 됩니다.

한 사회가 얼마나 효율적이냐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들 간에 서로를 믿는 신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직결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책임감 있는 경제인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자면 우선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약속과 규칙을 잘 지키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예컨대 공공도서관 등에서 빌리는 책이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는 소비자 표시나 사용규칙을 먼저 읽고 지키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이끌어 주세요.

또 친구들 간에 무언가를 빌리거나 교환하는 약속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른들이 이런 모범을 보여주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어른들이 공과금을 제때 내지 않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규칙 준수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신뢰가 곧 경제생활의 자산이라는 점을 일깨워주기 바랍니다.

배순영 한국소비자보호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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