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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잘되나` `네` … 점검 끝

중앙일보

입력

"특별 점검 나왔습니다."

28일 오전 7시 서울 공항고. 완산캐터링이 1130명의 학생에게 저녁밥까지 제공하는 이 학교에 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진흥원 심우일 교육팀장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소비자 명예감시원 학부모 명숙씨가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식자재 점검부터 살균과 조리, 배식까지의 전 과정을 살피기 위해서다.

심 팀장은 14명의 조리실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난주 교육부에서 받은 ▶조리종사자 ▶식재료관리 ▶작업공정 ▶환경위생관리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적용 시스템 등 7개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점검했다. 점검팀은 학교관계자에게 묻기도 하고, 육안검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체크리스트 항목을 채워갔다. 항목 대부분은 "식품 보관을 위한 냉동시설을 갖췄는가" 같은 것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네"라고 답하면 그뿐이었다. 검사를 하던 심 팀장이 "무허가 식품을 사용하느냐"는 항목에서 "예"라고 적었다. "어떤 무허가 식품을 썼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심 팀장은 당황하며 "아니오"로 정정했다. 검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심 팀장은 "5시간 이상 걸리는 면밀한 작업인데 하루 2개의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니 4시간도 못 자 머리가 멍해졌다"고 머쓱해 했다. 오전 8시 학부모 대표 안영숙씨와 같이한 식자재 검수 조사에서도 온도계로 냉동식품의 온도를 체크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육안 검사에 그쳤다.

심 팀장은 "서울시교육청에서 현장점검을 위한 가동 인원은 6~8명"이라며 "이 인원으로 서울시내 275개 고교의 급식 상태를 모두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전문가와 '2인 1조'로 검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식의약청 측 참관인으로 참여한 명씨가 전문가인 셈이다. 명씨는 심 팀장이 작성한 체크리스트에 최종 서명만 했다. 그는 "긴급히 불려나와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26일부터 전국 1만여 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급식 특별 점검이 형식적 조사에 그치고 있다. 식의약청과 교육청, 지자체가 '암행어사'식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급식 실태를 총점검한다는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이다. 공항고의 행정계장은 "특별 점검이라는데 6개월에 한 번 하는 일반 위생점검과 다를 바가 없다"며 "교육부에서 하라고 하니 중복조사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방학이 시작되기 전인 7월 10일 전까지 9일간 모든 학교의 전수조사를 마칠 것을 지시했다. 또 전문인력과 2인 1조를 짤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전문가 확보 등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에서 초.중교를 점검하는 지역교육청도 인원 부족을 호소한다. 48개 교를 4명의 인원이 책임지는 중부교육청 관계자는 "이런다고 있을 사고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교육부에서 바꿔 보내는 공문 때문에 식품영양학과 교수들을 뒤늦게 섭외하는 등 불필요한 업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교육청은 "1627개 초.중.고교를 61명이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중.고 572개 교를 61명이 소화해 내는 충남교육청 강봉규 사무관은 "교육청 인력만 있으면 감수할 수 있지만 9일 안에 하면서 전문인력까지 구색을 갖추라 하니 어렵다"고 호소했다.

중앙대 식품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학교 급식에 대한 1차 감독기관인 교육부가 식품안전에 있어 비전문가인 게 문제"라며 "식의약청 등 전문가와 긴밀한 협조 아래 식자재 단가 현실화와 위생관리 강화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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