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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피리로 변한 버드나무·민들레로 봄노래 불어봐요

중앙일보

입력

놀사와 같이 놀자 15화. 호드기

시인 한하운의 대표 시 ‘보리피리’의 첫 두 단락입니다. 이 시에 작곡가 조념이 곡을 붙여 가곡으로도 널리 불리고 있죠. 시의 제목이자 주제인 보리피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듯 보리 줄기를 잘라서 만든 피리예요. 잘 익은 보리 줄기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한쪽 끝을 피리의 리드(reed·목관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판)처럼 활용해 소리를 내는 거죠. 이 시가 실린 시집 『보리피리』가 나온 건 1955년이니, 어른들께 물어보면 보리피리를 불며 놀았던 옛날 추억을 들려주실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 그리움을 만드는 소리가 보리피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빗을 얇은 비닐로 덮어 입술을 간질이며 부는 피리도 있고요. 지천으로 피어있는 민들레 줄기로 만든 피리, 봄철 물이 많이 오른 갯버들로 만든 피리, 강가의 갈대나 산에서 만나는 억새 그리고 발끝에 걸리는 바랭이 풀로 부는 피리 등 무궁무진하죠.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나 밀짚 토막 따위로 만든 피리를 호드기라고도 한답니다.

소리를 내는 모든 것들이 피리가 되고 노래가 되고 놀이가 되고 그리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만나는 모든 것들이 노래가 되고 놀이가 되기를 바라며 풀피리를 글로 배웠어요. 글로 배운 피리들이 실제로 소리를 내주니 참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봄을 만끽할 수 있게 버드나무와 민들레 줄기로 피리 만드는 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니~나니나니~나니나니~나니나니~”를 바라지만 그저 “뿌우~삐이~” 합니다. 그래서 ‘호둘기(호드기의 방언)’라고 부르나 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노랫가락이야 마음에 싣고 그저 신나게 봄을 불어봅니다. “뿌우~ 삐이, 삘리리~ 늴리리~” 자연과 놀이를 함께 즐겨보세요.

버들피리 만들기

1 버드나무 가지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줍니다. 겉껍질이 질기므로 전지가위나 칼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2 자른 나뭇가지의 단면을 관찰해 보세요.

3 나뭇가지를 살짝살짝 골고루 비틀어줍니다. 세게 비틀면 겉껍질이 찢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비틀다 보면 속대가 분리되는데, 살살 잡아 쏘옥 빼냅니다. 고수들은 요 속대를 입으로 빨아서 빼내기도 해요.

4 속대가 빠진 나무껍질의 끝부분을 칼 또는 손톱으로 겉껍질만 살짝 벗겨줍니다.

5 자, 이제 불어볼까요. 입 안쪽으로 피리를 깊게 물고 입술로 살짝 눌러 불면 됩니다.

민들레 피리 만들기

봄철 길이나 공원에서, 들에서 쉽게 만나는 민들레도 피리가 됩니다. 생명을 담은 씨앗은 후~ 불어 온 세상에 퍼뜨려 주고 남은 꽃대궁으로 피리를 만들어 불어보세요.

1 꽃이 지고 난 뒤 길쭉해진 민들레 줄기를 알맞은 길이로 잘라줍니다.
2 한쪽 줄기의 끝부분을 손으로 살짝 눌러줍니다.
3 길게 자르면 낮은음이 나고, 짧게 자르면 높은음이 납니다. 입 안쪽으로 피리를 깊게 물고 입술로 살짝 눌러 불면 됩니다.

글=안정민(놀이하는사람들 강원원주지회), 사진=놀이하는사람들, 정리=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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