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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마케터 900명 동원, 수백억대 농지 쪼개 판 '가짜' 농부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건설회사를 다니던 A씨는 시흥과 평택 일대 개발예정지에 수십만㎡ 농지를 수백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를 위해 가짜 농업계획서를 내고 위장 전입까지 했다. 아예 허위 농업법인까지 설립한 A씨는 텔레마케터 900명을 동원해 구매한 농지를 지분을 쪼개 판매했다. 이렇게 농지를 판 횟수만 약 800회. 하지만 땅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누락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세무당국이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 지역에 대한 탈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2차 세무조사 착수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토지 취득과정 편법 증여(206명) ▶탈세로 개발지역 부동산 취득한 법인(28개) ▶법인 자금 유출해 토지 취득한 사주일가(31명) ▶허위 농지취득 후 판매한 기획부동산(19개) ▶수수료 누락 중개업자(5명) 등 총 289명이다.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는 물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택지 및 산업단지 개발지역 44곳도 추가로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특히 이번 조사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것은 땅 구매 자금이 불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에게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됐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누락이 문제 됐다.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B씨 아내와 자녀는 최근 서울 송파구와 동작구 일대에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버는 소득은 거의 없어 구매 자금을 댈 수 없는 형편이었다. 국세청은 B씨가 받은 수십억원의 토지보상금이 가족 부동산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지역에 탈세 혐의가 있는 289명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법인자금을 유출해 가족 명의 부동산을 산 사례도 많았다. 사주 C씨는 배우자 이름으로 다른 회사를 만든 뒤 거짓 세금계산서로 소득세를 빼돌렸다. 또 외국에 유학 중인 자녀가 마치 회사에서 일한 것처럼 속여 인건비까지 지급했다. 이렇게 빼돌린 자금을 다시 자신의 회사에 빌려준 것처럼 꾸민 뒤 회사 명의로 경기 안산 일대 개발예정지 땅을 사들였다. 자기 명의로 땅을 사면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법을 썼다.

국세청은 이번뿐 아니라 자료 분석을 통해 추가로 탈세 혐의자가 나온다면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경찰청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나온 미성년자 고액 토지 취득 자료와 탈세 의심자료도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장부를 거짓으로 쓰는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예정”이라며“토지 명의신탁 등 부동산 거래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면 관계기관에 신속하게 통보하겠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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