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를 다니던 A씨는 시흥과 평택 일대 개발예정지에 수십만㎡ 농지를 수백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를 위해 가짜 농업계획서를 내고 위장 전입까지 했다. 아예 허위 농업법인까지 설립한 A씨는 텔레마케터 900명을 동원해 구매한 농지를 지분을 쪼개 판매했다. 이렇게 농지를 판 횟수만 약 800회. 하지만 땅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누락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세무당국이 3기 신도시 등 개발예정 지역에 대한 탈세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국세청 ‘개발지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은 2차 세무조사 착수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토지 취득과정 편법 증여(206명) ▶탈세로 개발지역 부동산 취득한 법인(28개) ▶법인 자금 유출해 토지 취득한 사주일가(31명) ▶허위 농지취득 후 판매한 기획부동산(19개) ▶수수료 누락 중개업자(5명) 등 총 289명이다.
국세청은 3기 신도시 예정지는 물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택지 및 산업단지 개발지역 44곳도 추가로 분석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특히 이번 조사 명단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것은 땅 구매 자금이 불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에게 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됐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누락이 문제 됐다.
B씨 아내와 자녀는 최근 서울 송파구와 동작구 일대에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버는 소득은 거의 없어 구매 자금을 댈 수 없는 형편이었다. 국세청은 B씨가 받은 수십억원의 토지보상금이 가족 부동산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인자금을 유출해 가족 명의 부동산을 산 사례도 많았다. 사주 C씨는 배우자 이름으로 다른 회사를 만든 뒤 거짓 세금계산서로 소득세를 빼돌렸다. 또 외국에 유학 중인 자녀가 마치 회사에서 일한 것처럼 속여 인건비까지 지급했다. 이렇게 빼돌린 자금을 다시 자신의 회사에 빌려준 것처럼 꾸민 뒤 회사 명의로 경기 안산 일대 개발예정지 땅을 사들였다. 자기 명의로 땅을 사면 자금출처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법을 썼다.
국세청은 이번뿐 아니라 자료 분석을 통해 추가로 탈세 혐의자가 나온다면 조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또 경찰청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 수사 결과 나온 미성년자 고액 토지 취득 자료와 탈세 의심자료도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장부를 거짓으로 쓰는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예정”이라며“토지 명의신탁 등 부동산 거래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면 관계기관에 신속하게 통보하겠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