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1차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이르면 11일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전날(10일)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기소를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불법 출금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음 준비기일 사이에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도 있다”고 예고했다.
법조계에선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사실상 배후로 언급된 이 비서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1차 수사를 무마시켰단 혐의를 받는 이 지검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검찰은 또 같은 공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와 관련해 “그 내용은 불법 출금 과정의 전제가 된 행위로 이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어느 기관에서든 신속히 병합 기소 여부가 결정돼서 본건과 관련한 이 검사의 행위가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래야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공범이 이 사건 공범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사실상 이 비서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혐의는 2019년 윤규근 총경 등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단 의심을 받은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 전 차관 별장 성(性) 접대 사건을 부각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다 지난 3월 17일 공수처로 이첩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관련 주무를 맡았던 이광철 비서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같은 사건 피의자인 이 검사의 진술 확보가 필요한데, 공수처가 이 검사 관련 부분을 떼어 가져가면서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9일 공수처를 찾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수처 검사들도 임용된 상황에서 우리가 (사건을) 돌려보내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다. 여기서 (수사)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사건이 이첩된 지 55일째가 되도록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된 게 없다.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는 이 지검장 기소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 지검장은 줄곧 자신의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기소 대상이므로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지검장은 전날 수심위에 직접 참석해 재차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수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 결론을 냈다. 공수처도 지난 3월 12일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며 “수사 완료 후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달 1일 이규원 검사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이 이 지검장 기소 후 법무부에 직무배제를 요청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이 지검장을 실제 직무에서 배제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기소된 이규원 검사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돼 법률자문관직을 유지하고 있고, 차 본부장도 출입국본부장 직무를 정상 수행 중이다. 지난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지난해 대검 요청과 달리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