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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다음은 이광철? 퍼즐 맞춰지는 檢 “추가 피고인” 발언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 1차 수사를 무마시켰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이르면 11일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전날(10일) 이 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기소를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불법 출금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도 검토 중이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재직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를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이에서 조율, 사실상 지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재직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를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사이에서 조율, 사실상 지휘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 등)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다음 준비기일 사이에 (추가로) 기소할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도 있다”고 예고했다.

법조계에선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공소사실에 사실상 배후로 언급된 이 비서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1차 수사를 무마시켰단 혐의를 받는 이 지검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고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종료하고 기소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또 같은 공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와 관련해 “그 내용은 불법 출금 과정의 전제가 된 행위로 이 사건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어느 기관에서든 신속히 병합 기소 여부가 결정돼서 본건과 관련한 이 검사의 행위가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래야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의 공범이 이 사건 공범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사실상 이 비서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혐의는 2019년 윤규근 총경 등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단 의심을 받은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 전 차관 별장 성(性) 접대 사건을 부각했다는 이른바 청와대 기획 사정(司正)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다 지난 3월 17일 공수처로 이첩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관련 주무를 맡았던 이광철 비서관(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배후라고 의심하고 있다.

양창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양창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검이 이 비서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같은 사건 피의자인 이 검사의 진술 확보가 필요한데, 공수처가 이 검사 관련 부분을 떼어 가져가면서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9일 공수처를 찾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수처 검사들도 임용된 상황에서 우리가 (사건을) 돌려보내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다. 여기서 (수사)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사건이 이첩된 지 55일째가 되도록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된 게 없다.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는 이 지검장 기소로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 지검장은 줄곧 자신의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기소 대상이므로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지검장은 전날 수심위에 직접 참석해 재차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수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 결론을 냈다. 공수처도 지난 3월 12일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며 “수사 완료 후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달 1일 이규원 검사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대검찰청이 이 지검장 기소 후 법무부에 직무배제를 요청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이 지검장을 실제 직무에서 배제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기소된 이규원 검사도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파견돼 법률자문관직을 유지하고 있고, 차 본부장도 출입국본부장 직무를 정상 수행 중이다. 지난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지난해 대검 요청과 달리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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