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 구글도 페이스북을 치겠다고 나섰다. 휴대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얼마나 수집하는지를 알려주겠다는 것. 사용자 정보를 추적한 맞춤 광고로 돈 벌던 페이스북·알리바바 같은 업체에게는 뼈 아픈 소식이다. 아마존·쿠팡·네이버와 같이 자체 데이터를 보유한 이들에게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
· 지난 6일(현지시간) 구글은 자사 앱 마켓 구글플레이에 '안전 섹션(safety section)을 도입한다고 공식 블로그에 발표했다. 구글플레이를 통해 설치한 각 앱이 개인정보를 수집·공유·사용하는 방식을 사용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준다는 것. 구글은 하반기 자세한 지침을 발표하고 내년 2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애플은 지난달 26일 아이폰·아이패드 운영체제 iOS 14.5를 업데이트하며, 앱 추적 투명성(ATT)을 적용했다. 앱 사업자가 사용자의 위치·연락처 같은 각종 정보를 수집하려면 ‘앱 추적을 허용하시겠습니까’ 팝업을 띄워 직접 묻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당한다.
왜 중요해?
구글과 애플은 전 세계 앱 마켓 99%를 점유했다. 이들이 모두 사용자 데이터 보호의 길을 걷게 됐다.
· ‘서비스는 공짜, 돈은 광고로 번다’는 인터넷 비지니스모델(BM)이 흔들린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인터넷 비지니스 방식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던져졌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광고는 연 423조원(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육박하는 거대 시장이다.
·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여전히 사용자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상현 코드미디어 디렉터는 “그간 일반 사용자들은 거대 플랫폼에 나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넘겨줬는데, 이제 그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규칙, 적응할 수밖에
· 애플의 iOS 업데이트 후 시행된 설문(플러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사용자의 4%, 전 세계 사용자의 11%만 앱의 정보 추적을 허용했다. 당초 업계의 예상치인 20%를 한참 밑돈다.
·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애플의 정책 변화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법(CCPA) 발효로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 구글은 애플보다는 온건한 편. 앱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동의를 받아야 하는 애플 정책과 달리, 구글은 ‘앱 사업자가 수집하는 정보의 종류와 책임을 보여주며 제3 기관이 검증했다’고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구글도 디지털 광고로 매년 1000억달러(112조원) 이상을 벌고 있기 때문에 온도 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파 선봉, 페이스북은?
· 광고가 전체 매출의 97%인 페이스북은 애플의 조치 후 프라이버시 강화의 흐름을 인정하는 중. 1분기 실적발표에서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는 “광고 수용자 수가 감소할 수 있다”면서 “iOS 업데이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 페이스북 대변인 다니 레버는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익에 관한 문제”라며 “무료 인터넷의 미래가 달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뜻밖에 웃는, 아마존
· 아마존처럼 자체 플랫폼 내에서 사용자의 상품 검색 같은 행동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업체는 오히려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점에서는 쿠팡과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 CNBC는 “아마존은 로그인한 사용자의 관심과 클릭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타사 데이터를 적게 사용한다”며 “풍부한 데이터를 지닌 아마존 같은 기업은 광고 생태계에서 오히려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선?
네이버·카카오·쿠팡·당근마켓 같은 국내 앱도 아이폰 사용자의 '앱 추적 허용'을 받기 위한 조치로 분주하다.
· 이들은 애플 iOS 팝업에 “맞춤형 상품 추천을 위해 광고식별자를 수집한다”(쿠팡), “불필요한 광고가 아닌 관심사 기반 맞춤형 정보를 드린다”(당근마켓), “개인정보 노출 없이 맞춤형 추천을 받아 보실 수 있다”(직방) 등 문구로 사용자를 설득한다.
· 익명을 원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추적이라는 용어 자체가 거부감을 주기에, 매일 쓰는 필수 앱이 아닌 이상 동의받기가 쉽지 않다”며 “데이터 수집·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모바일 광고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74%, iOS 25.6%다. 따라서 애플보다는 하반기 구체화할 구글의 ‘안전 섹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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