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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서 '미나리' 뺐던 HFPA…스칼렛 요한슨 "성차별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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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적인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공개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세계적인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공개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의 기자회견이나 시상식에 선다는 것은 성차별적 질문과 발언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영화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 역할 등으로 유명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37)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HFPA가 영화계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했다는 비판에 가세한 것이다.

흑인 회원 0명, 인종차별 등 논란 #“영화계, HFPA와 갈라서야” 직격탄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스칼렛 요한슨이 HFPA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9)에 빗대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한때 할리우드 거물로 꼽혔던 와인스타인은 안젤리나 졸리 등 100여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그로 인해 2017년 ‘미투(Me Too)’ 운동이 촉발되기도 했다. 요한슨은 공식 성명에서 “HFPA는 와인스타인처럼 아카데미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이들에 의해 합법화된 조직”이라고 말했다.

성범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은 하비 와인스타인. [스톰픽쳐스코리아]

성범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은 하비 와인스타인. [스톰픽쳐스코리아]

요한슨은 이어 영화계에 HFPA와 갈라설 것을 직접 촉구했다.

그는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영화계가 HFPA로부터 한 발짝 물러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배우가 세계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해온 HFPA를 향해 쓴소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영화계 전반을 다루는 신문·잡지사로 구성된 HFPA는 유럽·아시아·남미 등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1944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주관하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비판하고 나선 스칼렛 요한슨. 그가 열연한 어벤저스 시리즈 '블랙 위도우'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를 비판하고 나선 스칼렛 요한슨. 그가 열연한 어벤저스 시리즈 '블랙 위도우'의 한 장면. AP=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성차별과 인종차별, 폐쇄성 등의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회원 87명 중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은 데다, 시상식 운영과 재정 관리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최근 흑인 기자를 회원으로 영입하겠다는 입장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영화계는 “피상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HFPA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43)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제작사가 만든 영화 ‘미나리’를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면서다. 이에 대해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베트남계 미국인인 비엣 타인 응우옌(50)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디시어(유럽에서 쓰는 유대어) 대사로 이뤄진 영화를 만든다면 그는 이 영화가 미국 얘기라고 HFPA를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배우 마크 러팔로는 "골든 글로브 수상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AP=연합뉴스

배우 마크 러팔로는 "골든 글로브 수상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AP=연합뉴스

HFPA를 겨냥해 변화를 촉구한 건 스칼렛 요한슨뿐이 아니다. 어벤저스 히어로 중 하나인 헐크를 연기한 마크 러팔로(54)는 지난 7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수상자가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로 수익을 올려온 HFPA가 배타성을 띄며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57) 역시 “HFPA가 개혁을 약속하지 않으면 골든글로브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지난 2월엔 할리우드 대형 홍보 대행사 100여 곳이 HFPA엔 차별과 배타성, 비전문성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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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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