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외풍으로부터 검찰을 지켜낼 것인가, 거꾸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완성에 앞장설 것인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검찰 안팎에서 제기하는 가장 큰 질문이 이렇게 요약된다. 정부가 김 후보자의 취임 후 검찰총장 권한 대폭 축소 및 검찰 조직개편을 통한 수사권 축소를 다시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태도에 따라 검찰은 현 정부 임기 내에 ‘공소청’으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법조계에선 나온다.
"법무부, 검수완박 본격 추진할 것"
7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법무부가 김 후보자의 공식 임명 후 검수완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미 법무·검찰개혁위원회(김남준 위원장)를 통해 검찰총장 권한을 축소하고 검찰 조직을 개편하는 권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윤석열 당시 총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시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전임자인 윤 전 총장이나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과 달리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두루 잘 모신 '예스맨'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김남준 위원장)는 검찰총장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시 권고안에는 검찰총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고검장·지검장 등에게 분산하고,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한 현행 제도를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고위간부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관행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총장의 인사권을 무력화해 허수아비 총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 부장검사는 "권고안대로 정치적 외풍을 막고 수사를 독려해야 하는 총장이 무력화되면 일선 수사팀은 믿고 의지할 '바람막이'를 잃게 돼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착수조차 못 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초 중도 사퇴한 이후 검찰의 대형 비리 수사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진행 중인 건은 수원지검 형사3부가 담당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가 유일하다.
"예스맨 총장 임명해 검찰개혁 2단계 진척"
일선의 이같은 우려에도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준비단 안팎에 여권의 검수완박 외압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어떻게 지켜낼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명 직후인 지난 4일 서울고검 출근길에 "정치적 중립성도 열심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한 이후 본인이 연관된 김학의 사건 수사를 포함해 "사건 보고는 받지 않겠다"고 한 게 전부다.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정권이 검찰총장으로 친정부 성향의 김 후보자를 앉혀 임기 말까지 이른바 ‘검찰개혁’을 계속 추진하려는 것에 대해 반어적으로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검찰개혁 1단계가 완수됐다"며 "김오수 검찰총장을 임명해서 검찰개혁 2단계를 진척시키면 문재인 대통령은 성군(聖君)의 반열에 오르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 특수폭행 수사 결론을 안 내고, 검찰은 한동훈 검사 사건 무혐의 처분을 안 하고, 공수처는 이규원 검사 수사를 안 하고, 법원은 조국 재판을 안 한다"며 "이제 김오수 검찰총장을 임명해서 김용민, 최강욱과 ‘검찰개혁 2단계’를 진척시키고, 황희 문체부 장관과 김의겸이 힘 합쳐 언론개혁을 완수하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탄희, 이수진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형 비리를 근절시킬 것"이라고 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