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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접고 조국 임명강행한 文···김오수 평행이론설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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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장관 임명 강행과 지명철회의 갈림길에 섰다. 임명을 강행하면 취임 뒤 30번째가 된다. 6일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을 열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박준영 해양수산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는다”는 당론을 정했다. 3인에 대한 비토 당론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6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당론을 확정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왼쪽부터),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6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당론을 확정하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왼쪽부터),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29명의 장관급 인사를 임명 강행해왔다. 이미 역대 최다 기록이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청와대는 야당의 반발을 ‘정치 공세’로 사실상 무시해왔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청문회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아마도 청와대는 여당이 야당을 더 설득한 뒤에 야당이 비토한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내 공식 입장은 "10일까지인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청와대 인사들 사이에선 “대통령의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청문회를 거쳤지만 일부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평가가 더 커졌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과거에도 부정적 여론 때문에 자진사퇴했던 후보자들이 있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왔다. 경우에 따라 지명철회 또는 자진사퇴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에서도 이날 “임 후보자 등 일부 후보자에 대해선 ‘더는 버티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메시지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2019년 3월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의 자진사퇴에 이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지명철회로 장관 후보자 가운데 2명이 동시에 낙마했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의 자진사퇴에 이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지명철회로 장관 후보자 가운데 2명이 동시에 낙마했다. 연합뉴스

특히 청와대 내부에선 현재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던 2019년 3월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적 학회’로 불렸던 부실한 해외학회에 외유성 참석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가 아닌 지명철회는 이때가 유일한 사례다.

당시엔 조국 민정수석이 곧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했던 시기다.

그리고 실제로 그해 8월 조국 수석은 야당의 극심한 반발속에서도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조국 법무장관'지명이 현실화된 뒤 정치권에선 몇 개월전 단행됐던 조동호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에 대해 "조국 장관에 대한 야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임명을 강행하기 위해 조동호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조동호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통해 조국 장관 임명 강행의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정권 차원의 큰 그림이 마련돼 있었을 가능성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이끌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야당이 비토대상으로 지목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거취 결정 압박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오수 후보자의 지명 전부터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총공세를 예고했다. 2019년 조국 장관에 반대했던 것과 같은 이유다.

조국 전 장관과 김오수 후보자가 각각 장관과 검찰총장에 지명됐을 당시 검찰 수사 대상이란 점도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새 검찰총장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당시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성윤 검찰국장으로부터 '개혁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런 이유들 때문에 2019년 3월과 현재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정치권에선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을 위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 문 대통령이 야당이 지목한 비토 3인방 중 한 두 명을 지명철회할 수 있다'는 소위 '평행이론'이 회자되는 것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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