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한시가 급한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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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흥 KAIST 교수·한국산업데이터표준협회 회장

한순흥 KAIST 교수·한국산업데이터표준협회 회장

산업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을 산업 밸류 체인 전반에 접목해 생산의 최적화, 제품의 지능화, 서비스의 고도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을 끌어내는 기업 전반에 걸친 활동을 말한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지멘스·GE·빅리버스틸·자라 등 전통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 기업들도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제조 공정의 디지털화나 지능화된 제품에서 발생하는 산업 데이터의 사용과 관련해 많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 데이터는 하나의 산업 현장에서 생성될 수도 있고, 여러 현장에서도 생성될 수도 있으며, 각각의 다른 산업의 데이터들을 묶어 새로운 산업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산업 데이터를 사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못해, 산업 데이터의 생성을 위해 투자한 기업들이 아닌 다른 관계 기업이 임의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산업 데이터가 산업의 원유로 일컬어지는 시대에 법적·제도적 공백 상태가 계속된다면,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가 확산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 법안’은 이런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이 법안은 산업 데이터의 권리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위원회를 구성하고,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산업 현장에 맞는 체계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 모두 이와 관련된 다수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수개월째 논의가 지체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산업계 전반에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가속할 것이며, 산업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탄소 저감이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한국 산업이 당면한 과제 해결에도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여러 경제 단체에서도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등 우리 산업계가 크게 기대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법이 제정돼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한순흥 KAIST 교수·한국산업데이터표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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