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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완치자들이 암환자 `자원봉사단' 결성

중앙일보

입력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힘겨운 암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치료에 성공한 암 완치자들이 암으로 고통받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화제다.

주인공은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서울 강동구 상일동) 통합 암센터에서 13일 새롭게 발족한 자원봉사단원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8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오는 5월부터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1시 병원 내 강당에서 발대식을 가진 암센터 자원봉사단의 가장 큰 특징은 봉사단원 중 일부가 암 진단 당시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6~8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식의 `사망선고'를 받았던 사람들이라는 점.

이들과 가족이 암 진단 당시 얼마나 큰 `절망감'에 빠졌을지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발대식에 나온 암 완치자들의 표정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병치레를 하지 않은 정상인보다도 더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당당하게 `귀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병원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봉사단의 단장은 암이 폐에서 뼈로 전이된 `폐암말기' 상태에서 9년째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배강수(65.사업)씨가 맡았다. 또 부단장은 림프종 진단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건강을 되찾은 김효선(60.여.대학교수)씨가 선출됐다. 김 교수의 남편은 전 통일부 장관이다.

이밖에 여성암완치봉사팀장은 폐 전이암 치료에 성공한 정미자(63.주부)씨가, 소아암봉사팀은 백혈병 치료에 성공한 이제현(21.여)씨가 각각 맡았다.

이들처럼 전체 봉사단원 120여명 가운데 각종 암으로 진단받았으나 현재 정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57명인 것으로 병원측은 집계했다.

암 완치자를 포함한 이들 자원봉사단원은 이 병원 암센터가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하는 5월부터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의지를 북돋워주는 치료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또 이 봉사단은 오는 6월 암 완치자들을 중심으로 금강산을 등반하는 일정도 잡아두고 있다.

통합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어완규 교수는 "비슷한 암 치료 경험을 가진 자원봉사단의 활동이 불안에 떨고 있는 암환자들과 의료진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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