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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꺼리는 경찰에 골치썩어도…美선 의무접종 땐 소송 우려

중앙일보

입력

뉴욕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습. [EPA=연합뉴스]

뉴욕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한국 경찰의 백신 접종 과정이 논란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경찰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면서 경찰의 평균 예방 접종률이 일반 성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전성 등을 우려한 결과인데, 대민업무를 하는 경찰의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국으로서는 골칫거리지만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게 지역 경찰 당국과 경찰 노조의 분위기라고 한다.

경찰 접종률 일반보다 떨어져 방역 우려 #美 경찰 관리들 "개인의 선택이자 프라이버시"

WP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지역 경찰국에서는 최소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한 경찰관의 비율이 39%다. 애틀랜타 지역 경찰은 36%, 콜럼버스 지역 경찰은 28%에 그쳤다.

이는 미국 성인 예방 접종률이 절반을 넘어섰다는 사실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의 비율은 이날 56.1%로 나타났다. 라스베이거스 경찰 책임자는 "(지역 내 경찰들에게서) 백신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다"고 경찰 내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경찰들은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 기저 질환을 앓는 비율이 높아, 경찰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몰아넣는 일이라고 WP는 지적했다. 국립경검찰추모기금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사망 원인 중에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코로나19 감염이었다.

경찰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나타났다. 경찰서장과 경찰 노조 등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들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보통의 미국인들과 같은 이유로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 백신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는 것이다. 또 보호 장비로 코로나19를 예방하면 된다는 생각도 퍼져있다.

스스로 '자신은 이미 감염됐고 면역이 생겼다'는 믿음을 가진 경찰들도 접종을 거부한다고 일리노이주 경찰자선협회 션 스뭇은 말했다. 미국 연방 보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미 감염된 사실이 있어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대민 업무를 하는 경찰의 접종률 부진은 방역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샤로나호프먼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법 생명윤리학 교수는 "경찰은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직업"이라면서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가 차 안에 방치됐다고 상상해보자, 아이를 구하려 다가오는 경찰은 예방된 상태이기를, 시민들은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 예방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꼽히고 있지만, 경찰 당국 관계자들은 예방 의무화가 역효과를 일으키거나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각 지역 경찰 당국은 백신의 안전성을 홍보하거나 인센티브제를 운영하는 등 유인책을 쓰기도 하지만, 예방 접종은 결국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본다는 게 일반적인 미국 경찰 관리들의 시각이다. 마이애미 데이드 경찰국 형사는 "(백신 접종은) 자발적이어야 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경찰 관리들은)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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