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흡연피해자에게 5천만달러 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미국 대법원은 20일 수십년 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린 피해자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모리스사는 피해자에게 총 5천550만달러(약 538억원)를 배상하라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전에도 흡연 피해자들에게 담배회사들이 직접 배상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5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거액의 배상 판결이 확정되기는 처음이어서 앞으로 흡연 피해자들의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에 확정된 배상액 5천550만달러는 지난해 필립 모리스사가 한 흡연피해자에게 지급한 1천50만달러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 대법원은 이날 40여년간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려 사망한 흡연 피해자에게 5천55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항소법원의 판결은 너무 지나치다며 이를 다시 심판해달라는 필립 모리스사의 상고를 이유없이 기각했다.

캘리포니아주 건설노동자 출신 리처드 뵈켄씨는 13세 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1999년 폐암에 걸리자 2000년 필립 모리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2002년 57세로 사망한뒤엔 그의 미망인이 소송을 이어왔다.

로스 앤젤레스 지방법원은 뵈켄씨가 낸 소송에서 모리스사는 피해자에게 피해 배상금 550만달러와 담배가 치명적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소비자들에게 기만적 마케팅을 펼쳐온데 대한 벌금성 배상금으로 30억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담당 판사는 이후 벌금성 배상금을 1억달러로 낮췄으며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은 이 판결에 대한 모리스사의 항소심에서 배상금을 다시 5천만달러로 조정했다.

모리스사와 뵈켄씨의 미망인 양측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동시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양쪽 상고를 모두 기각해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는 피해자측에 피해 배상금 550만달러와 처벌적 배상금 5천만달러를 합친 5천5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모리스사측은 대법원 상고에서 하급심의 배상액 판결이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으나, 뵈켄씨의 미망인은 30억달러의 당초 배상판결액이 '많은 소비자들이 고통을 겪고 죽게될 것임을 알면서도 기만적 판매정책을 추구해온 회사에 대한 벌금으로 부과된 것'이라며 배상액을 원심대로 높여달라고 주장했다.

13세 때 흡연을 시작한 뵈켄씨는 금연학교에 참가하고, 니코틴 껌을 씹거나 최면술을 받는 등 담배를 끊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금연에 실패하고 폐암에 걸려 죽을 때까지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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