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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뼈 부러지면 전신 건강도 위험 … 영양·운동·약물로 ‘약골 탈출’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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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골다공증 관리의 중요성 골다공증은 고령화 사회가 맞닥뜨린 ‘뼈 아픈’ 현실이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여성 2명 중 1명, 남성 4명 중 1명은 평생에 한 번 이상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한다. 극심한 통증과 반복되는 치료에 삶이 피폐해지고 합병증·노쇠가 겹쳐 사망 위험이 급증한다. 연간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의료비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뼈가 부러진 뒤에는 이미 늦다. 증상이 없는 지금이 골다공증 관리를 시작할 적기다.

골다공증 증상 두드러지지 않아 #환자 대부분은 골절 후에야 알아 #X선 검사 통해 골밀도 살펴봐야

골다공증은 이름처럼 뼈에 구멍이 많이 생기는 병을 말한다.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와 뼈를 부수는 파골세포의 균형이 깨지면서 골밀도가 낮아지다가(골 감소증) 약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골다공증으로 악화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특히 폐경 이후 발병률이 급증한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정호연 교수는 “성호르몬은 조골·파골세포의 균형을 유지하고 칼슘을 뼈로 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며 “폐경으로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첫 5~10년간 골밀도가 25~30%나 떨어지면서 골다공증이 발생·악화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50~70대 여성 72%가 골밀도 검사 전무

골다공증은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달리 통증이나 외모 변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내분비내과 변동원 교수는 “무증상이 특징인 탓에 뼈가 부러진 뒤에야 자신이 골다공증인 줄 아는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가 50~70대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72%)은 골다공증 검사(골밀도 검사)를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골다공증임에도 치료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 이상(55%)이었다.

 하지만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사망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이다. 고관절이 부러진 경우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남성은 20.8%, 여성은 13.6%에 달한다. 척추 골절 시 사망률도 남녀 각각 9.2%, 4.2%나 된다. 웬만한 암 사망률을 웃도는 수치다. 의료비 부담도 상당하다. 경기연구원의 조사(2019)에서 골다공증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부담은 연간 1조510억원으로 추산됐다. 유방암(1조436억원)과 비슷하고 자궁경부암(3602억원)보다는 세 배나 많다.

 골다공증 골절이 치명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뼈가 부러지면 전신 건강이 무너진다. 골다공증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손목·척추·고관절이 부러지기 쉽다. 특히 척추·고관절처럼 인체의 중심을 잡는 뼈가 다치면 통증 탓에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워진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이 마르고 심폐 기능이 떨어져 폐렴 같은 합병증 위험이 덩달아 커진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훈 교수는 “고관절은 자연히 붙지 않아 전신 마취 후 수술을 해야 하는데 고령이거나 체력이 약한 경우 이 자체가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성공적으로 수술해도 환자의 절반 정도는 화장실을 스스로 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둘째, ‘도미노 골절’ 때문이다. 한 번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한 환자는 주변 부위를 포함해 다른 곳의 뼈까지도 쉽게 골절된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10%는 반대쪽 고관절이 부러지고, 손목이 골절된 환자는 추가로 손목·고관절·척추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골절 전보다 각각 3.8배, 1.9배, 1.3배 높아진다. 애초에 뼈가 약한 데다 골절로 인해 전신의 균형이 틀어지면서 다른 뼈·근육이 받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골다공증은 뼈가 부러지기 전 관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관리의 첫걸음은 자신의 ‘뼈 나이’를 아는 것이다. 골밀도를 확인하는 X선 검사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골다공증 가족력이나 골절 경험이 있는 성인, 폐경 후 여성,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는 무증상이라도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 지원으로 만 54세, 66세 여성은 무료로 골다공증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조깅·줄넘기, 칼슘·비타민D 섭취 꾸준히

튼튼한 뼈를 위해서는 운동과 영양을 모두 신경 써야 한다. 조깅·줄넘기처럼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실천하면 조골세포가 활성화돼 골밀도를 개선·유지할 수 있다. 뼈를 지탱하는 근육이 강해지고 균형 감각이 회복돼 낙상을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칼슘과 비타민D는 뼈의 재료다. 폐경 후 여성을 포함해 골다공증 고위험군은 일반인(1000㎎)보다 많은 1200㎎의 칼슘을 매일 섭취하는 게 좋다. 칼슘이 풍부한 음식으로 우유·치즈 등 유제품과 녹황색 채소, 멸치, 미역과 같은 해조류가 꼽힌다. 비타민D는 야외에서 한 시간가량 햇빛을 쐬는 것만으로 필요량을 충족할 수 있다.

 고혈압·당뇨병처럼 골다공증도 골밀도 수치(T-값)에 따라 위험도가 각각 달라진다. 낮을수록 뼈가 성글어 골절 위험이 큰데, 이 값이 -2.5 이하라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가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 골절 발생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 변 교수는 “단순히 약을 처방받는 데 그치지 말고 약을 잘 먹는지, 고무판·손잡이 등 낙상을 예방하는 환경이 조성됐는지 등을 주변에서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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