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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체 모낭 줄기세포 이용해 흰머리 치료제 개발 실마리 찾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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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이영인 교수팀

국내 의료진이 인체 모낭 조직의 색소 줄기세포를 이용한 백모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구축함으로써 백모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백모화는 흰머리가 생기는 현상으로 노화나 스트레스, 유전 등이 원인이다.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 고갈시켜 #머리카락 색깔 하얗게 만드는 #이소성 색소 침착 증가 기전 규명"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이영인 교수팀은 피부 생물학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피셔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체 모낭 조직을 이용한 백모화 모델 구축에 성공했다고 최근 밝혔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줄기세포에 의해 결정된다.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줄기세포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 색이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멜라닌 줄기세포의 수가 줄어들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흰머리가 난다. 주로 30~40대에 발생하지만 유전이나 생활환경, 스트레스 등으로 10~20대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흰머리는 지금까지 염색으로 가리는 방법 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 모델에서 색소 줄기세포의 생물학적 역할과 백모화 발생 기전을 연구하고 있지만 유용한 인체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조기 분화는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를 고갈시키고 이소성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이소성 색소 침착은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백모화를 유발한다.

색소성 질환 신약 개발 기반 제공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ex vivo’ 모델을 이용해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색소 침착 및 인간 모낭 내 분화 유전자의 발현을 평가했다. ex vivo는 생물학적 개체의 외부에서 적출한 조직을 활용한 연구다. 연구팀은 인체 두피 조직에서 분리된 다수의 모낭에 ▶이온화 방사선 ▶과산화수소 ▶노르아드레날린을 포함한 특정 스트레스 신호 매개체를 노출해 모낭 돌출부의 이소성 색소 침착을 측정했다.

먼저 비정상적인 멜라닌 줄기세포의 분화를 관찰하기 위해 생체 외 인체 모낭을 이온화 방사선과 과산화수소에 노출한 결과, 노출된 모낭의 돌출부 부분에서 이소성 색소 침착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한 연구팀은 인체 모낭에 급성 스트레스 시 교감 뉴런에서 방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을 노출했다.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모낭의 팽대부에 이소성 색소 침착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주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ex vivo 모델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인체 모낭 조직에서 백모화 모델을 구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인체 유래 두피 모낭을 성공적으로 분리·배양하고, 색소 줄기세포의 비정상적인 분화의 초기 과정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마커의 규명은 백모화 기전뿐 아니라 다양한 색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피부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실험피부학’ 최신호에 실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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