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해독 능력 떨어지면…간도 신장처럼 투석한다

중앙일보

입력

'간(肝)투석을 아십니까'. 신장투석에 익숙해도 간투석에 대해선 생소한 사람이 많다.

간은 일명 화학공장. 1.5㎏ 정도 크기로 두 손바닥을 합쳐놓은 것만 하지만 기능은 복합 화학단지 못지 않다. 이중 대표적인 기능이 제독. 술을 포함해 몸에 들어온 각종 화학물질이 이곳에서 정화되는 것이다. 간이 없으면 하루도 못 가 독물 중독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다.

간투석도 신장투석처럼 원리는 같다. 신장투석기가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준다면 간투석기(사진)는 간에 쌓인 독성 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대상은 간부전(肝不全) 환자들. 알코올이나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경화, 약물중독, 독버섯과 같은 독성물질 중독, 간 이식을 받기 전후 간기능 상태가 떨어진 사람들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간투석기(MARS)는 특수처리된 막과 알부민 재생장치로 구성돼 있다. 인체에 유용한 물질인 알부민은 통과시키고, 독성물질만 걸러낸다. 인체의 독성물질을 간에 전달하는 역할은 알부민이 한다. 간이 나쁘면 알부민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강남성모병원 내과 최종영 교수는 " 간기능이 나쁜 사람은 자정기능이 없어 알부민과 결합된 독성물질이 체내에 쌓이고, 그 결과 간성 혼수가 와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간투석기는 1990년 독일에서 개발, 92년 임상에 사용되기 시작해 2003년 기준으로 전 세계 31개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5년여 전부터 일부 대학병원에 들어왔지만 아직 활성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 들어있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체로 간투석은 신장투석과는 달리 1회 시술받으면 되지만 재료비가 300만원에 달해 환자부담이 600만원에 이른다.

최 교수는 "간이식 수술을 받기 전 간투석을 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 전자의 경우 생존율이 훨씬 더 높았다"며 "간투석이 수술 성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 유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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