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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김치 10포기씩 맛보는 남자…"좋은 김치에선 빛이 난다”

중앙일보

입력

이용구 대상 횡성 공장장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포장김치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대상]

이용구 대상 횡성 공장장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포장김치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대상]

매일 김치 10포기씩을 맛보는 남자가 있다. 색깔만 봐도 김치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한 입을 먹으면 어느 배추와 젓갈을 썼는지 대번에 알아맞힌다. 매년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3만톤(2020년 기준)의 김치가 그의 지휘로 만들어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김치 공장’을 돌리는 이용구(46) 대상 횡성공장장의 이야기다.

[잡썰⑧]대상 이용구 강원 횡성 공장장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대상 종가집이 40%대의 시장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1987년 국내 최초로 포장김치 생산을 시작한 종가집은 30년 넘게 100% 국내산 재료로만 김치를 만든다. 매년 소비하는 국산 배추만 6만톤. 고추와 마늘, 양파 등도 산지에서 직접 공급받는다. 종가집은 주로 강원 횡성 공장에서 내수용 포장김치 제품을, 경남 거창 공장에서 수출용을 생산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김치는 살아있는 느낌”

대상 강원 횡성 공장 내부 모습. 공장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배춧속에 양념을 채우고 있다. [사진 대상]

대상 강원 횡성 공장 내부 모습. 공장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배춧속에 양념을 채우고 있다. [사진 대상]

이 공장장의 하루는 오전 7시 30분, 배추 시세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한다. 오전엔 주로 배추 등 원료 품질 상태를 점검하고 오후엔 공장 외곽과 생산 현장을 점검한다. 만들어진 김치는 수시로 무작위 샘플링해 관능(官能)검사를 한다. 오감을 이용해 김치가 균일한 맛이 나는지 검사하는 절차다.

그는 “좋은 김치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며 “색택(色澤·빛나는 윤기)이 있고 염도가 잘 유지돼 냄새가 진하다. 표면이 매끄럽고 흐르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또 “김치 물도 너무 많거나 적지 않아야 하고, 양념이 고르게 입혀져 있어야 한다”며 “잘 만들어진 김치는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음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용구 공장장이 강원 횡성 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대상]

이용구 공장장이 강원 횡성 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대상]

포기김치 생산 공정은 원물 산지 정선(精選)-입고 및 검수-절임-양념-포장-숙성-검사-배송 단계로 이뤄진다. 김치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배추는 여름엔 북부 지방에서, 겨울엔 남부 지방에서 구해온다. 계절에 따라 배추의 단맛과 단단함이 달라지기 때문에 들어가는 양념의 양과 배합 비율도 그때마다 달리한다. 추대(抽薹;식물의 꽃줄기가 자람) 및 석회 결핍(석회가 부족해 배추 가장자리가 마르거나 배춧속이 무름) 현상이 일어나거나 동해를 입은 배추는 우선 추려낸다.

절인 배추는 공장 직원들이 하나하나 붙잡고 직접 속에 양념을 채워 넣는다. 다른 공정과 달리 배춧속을 채우는 건 ‘손맛’을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숙련도도 중요하다. 이 공장장은 “숙련된 분들은 힘을 주지 않고 손끝으로 양념을 부드럽게 바른다”며 “초심자들은 너무 힘을 줘서 양념이 안 발리거나 배추가 무르는 경우가 있다. (배추는) 조직이 워낙 연해서, 부드럽게 아기 피부 다루듯 다뤄야 한다”고 했다. 양념한 김치는 포장과 숙성 단계를 거쳐 전국으로 배송된다.

“세계 어디도 쫓아올 수 없는 맛”

대상 종가집 포장김치 제품들. [사진 대상]

대상 종가집 포장김치 제품들. [사진 대상]

매일같이 김치를 보고 먹지만, 그는 집에서도 1년에 2번씩은 김장을 한다. 맛있는 김치를 선물 받거나 식당에서 먹어보면 집에서 직접 양념을 만들어 맛을 재현해 본다. 일종의 ‘김치 실험’이다. 가장 좋아하는 김치로는 종가집 전라도 포기김치를 꼽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황석어젓이나 꽁치 액젓이 들어가는 김치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김치에는 그런 깊은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장은 이어 “종가집 김치는 상당 부분 집 김치와 같은 맛이 난다”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산균을 넣어 맛이 좋고, 익어가면 익어갈수록 탁 쏘는 탄산 맛이 난다. ‘이게 김치’라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막바지. 이 공장장은 “우리 김치는 세계 어디도 쫓아올 수 없는 맛이다. 계속해서 김치 맛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횡성=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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