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매출 130% 뛰었다, 죽은 점포도 살린 '편의점계 화타'[잡썰⑦]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08:20

업데이트 2021.04.24 10:28

매출 감소로 시들어가는 편의점을 살려내는 남자가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 그는 ‘화타에 버금가는 명의’로 불린다. 편의점 브랜드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정민혁(36) 상생협력파트장 이야기다.

매출 부진 점포 500여곳 치료

그는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처럼 영업이 부진한 점포를 골라 해결 방안을 처방하고, 이를 실행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2017년부터 5년째다. 대학생 때 3년간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2011년 BGF리테일 입사 이후 쌓아온 전문 지식 등이 바탕이 됐다. 그래서 그는 가맹점주와 편의점 본사의 입장 모두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이로 꼽힌다. 정 파트장과 그의 팀원들은 전국에 걸쳐 있는 CU 편의점 점포의 영업을 돕는다. 덕분에 그는 한 달 평균 3000㎞가량을 이동한다.

정민혁 BGF리테일 상생협력파트장이 점포를 둘러보며, 매출 개선 방안 등을 점주와 논의하고 있다. 그는 실적 부진 점포를 살리는 편의점 업계 명의로 꼽힌다. [사진 BGF리테일]

정민혁 BGF리테일 상생협력파트장이 점포를 둘러보며, 매출 개선 방안 등을 점주와 논의하고 있다. 그는 실적 부진 점포를 살리는 편의점 업계 명의로 꼽힌다. [사진 BGF리테일]

성과도 꾸준히 나온다. 정 파트장은 “5년 동안 솔루션을 제공한 점포는 500여 개를 헤아린다. 이 중 80% 이상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원 대상 점포는 매출이 현저히 부진한 곳들이다. 한 달 평균 편의점 점주의 실질 수입이 200만원 선을 밑도는 점포가 그의 환자들이다.

지원 대상을 골라낸 다음엔 해당 점포를 둘러싼 환경과 관련 데이터를 면밀하게 조사한다. 이후 ① 고객 서비스 등 점포 운영개선을 위한 ‘통원 단계’ ② 상품 최적화 등을 통해 손익을 개선하는 ‘입원 단계’ ③ 시설 교체, 레이아웃 변경 등 점포 환경을 개선하는 ‘수술 단계’ 중 적합한 처방을 한다. 그는 “치료 대상 점포들은 아무래도 상품 구색이나 제대로 된 진열 같은 기본기가 무너져 있다”며 “이 경우 점주님들의 ‘잘하겠다’는 의지가 꺾여있는 경우가 다수”라고 했다.

지난해 치료한 점포 매출은 평균 23% 올라 

기억에 남는 점포도 있다. 경기도 가평의 한 점포는 실제 매출이 예상치를 한참이나 밑돌았다. 그래서 가맹점주의 사업 의욕과 본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처음 찾아갔을 땐 “만나고 싶지 않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점주의 반발에도 꾸준히 점포를 찾았다.

네 번째 방문 만에 점포 개선 프로그램 참여를 끌어냈다. 이후 그는 더 바쁘게 움직였다. 점주를 설득해 점포를 뜯어고치고, 새로운 집기들을 들여왔다. 매출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판촉 행사도 했다. ‘친절’ 같은 기본을 갖춰야 한다고 끊임없이 점주를 설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의 치료 덕에 해당 점포의 하루 매출은 130%가 껑충 뛰었다. 마지막 피드백을 제공하는 만남에서는 점주도 고마움을 표하며 “자고 가라”고 그를 붙잡을 정도였다. 참고로 지난해 그의 치료를 받은 점포 100여 곳은 평균 매출이 치료 전보다 23%나 뛰어올랐다.

물론 늘 성공만 하는 건 아니다. 정 파트장은 “일부 점주들은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나는 모르겠으니, 돈이나 달라’는 식으로 금전 지원만 요구할 때가 있다"며 “가장 힘이 빠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잘 되는 편의점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본기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상품·서비스·청결 등 점포 운영의 기본기가 무너지면 결국 점포는 외면받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연도별 편의점 점포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국과 일본의 연도별 편의점 점포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일부 우수 점포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보다 더 잘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근에 경쟁점이 생겨도 생존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이런 점포에선 영업 아이디어도 얻는다. CU가 편의점 업계 최초로 계산대에 비말 차단 시설을 갖춘 것도 몇몇 우수 점포들이 먼저 설치해 놓은 비말 차단막에서 따온 것이다.

손님으로 편의점 가도 입이 근질근질 

버릇도 생겼다. 우선 전국 어디를 가든 편의점이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편의점에 들어설 때마다 입이 근질근질하다. 문제점을 알리고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어서다. 그래서 손님으로 매장에 갔다가도 사야 할 물건을 깜빡 잊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식당이나 다른 업종의 매장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렇게 하면 더 나을 텐데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며 “집에서도 가구 배치 등을 놓고 잔소리를 하다 보니 부인에게 혼이 날 때도 제법 있다”고 했다.

정민혁(사진 오른쪽 셋째) BGF리테일 상생협력파트장이 팀원들과 함께, 매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사진 BGF리테일]

정민혁(사진 오른쪽 셋째) BGF리테일 상생협력파트장이 팀원들과 함께, 매출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사진 BGF리테일]

스스로 전문성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건 물론이다. 공간 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설계 프로그램인 캐드(CAD)도 배웠다. 또 유통 전문가들과 개별 모임도 꾸준히 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다시 한번 ‘기본’을 강조했다. “점포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점주의 의지”란 얘기였다. 그는 “한두 달 만 장사가 잘 안돼도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쉽게 좌절하기보단 ‘반드시 낫는다’는 마음으로 점포 운영에 임해야 실적도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점주의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며 “소비자들도 주인이 자기 가게에 신경을 얼마만큼 쓰는지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파트장은 오늘도 아픈 편의점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을 누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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