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먹어야 우리가 먹는다, 매일 치킨 20마리 해치우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2021.04.10 06:00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하루에 씹고 뱉은 치킨만 약 스무 마리. 방문성(40)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이 한창 신메뉴를 개발할 때면 맛보는 양이다. 실제로 먹은 치킨만 따지면 하루 다섯 마리 정도. 그 때문일까. “입사 이후로 30㎏은 쪘다”는 방 팀장은 교촌치킨의 ‘허니 시리즈’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지난해에만 1500만개가 팔린 최고 인기 메뉴다.

[잡썰(Job說)]⑤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방문성

시행착오 1년 끝 허니 시리즈 개발  

세상에 없던 ‘달콤한 치킨’의 시작은 회사 프로젝트였다. 2008년 당시 교촌치킨엔 ‘간장(교촌) 시리즈’와 ‘레드 시리즈’뿐이었다. “최적의 단맛을 찾아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1년간 이어진 개발은 처음부터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설탕은 물에 잘 녹지 않았고, 단맛도 단조롭기 때문에 느끼했다. 올리고당이나 물엿은 단맛이 부족했다. 달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맛을 찾아낸 원료가 꿀이다.

원하던 맛을 찾았지만,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튀김옷이었다. 교촌치킨 고유의 ‘얇은 피’로는 소스 본연의 맛이 나지 않았다. 단맛을 아무리 넣어도 꿀과 배합한 간장 소스의 짭짤한 맛이 먼저 올라왔다. 회사에선 “간장 치킨 모조품 같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래서 튀김옷을 두껍게 해봤더니 원했던 단맛과 바삭한 식감이 이상적으로 구현됐다.

지난해에만 약 1130만개가 팔린 허니콤보(다리+날개). [사진 교촌에프앤비]

지난해에만 약 1130만개가 팔린 허니콤보(다리+날개). [사진 교촌에프앤비]

이번엔 ‘두꺼운 피’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얇은 피가 교촌의 상징인데 이걸 어떻게 포기하냐”는 것이다. 결국 신제품 출시를 보류했다. 대신 당시 신규 개장한 중국 매장에서 시험 삼아 판매했다. 가장 인기였던 간장 시리즈를 단번에 넘어섰다. 교촌 ‘허니 시리즈’는 2010년 그렇게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개발 후 1년 만이었다.

‘국물까지 안심하고 마시는’ 치킨 무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방 팀장은 신맛을 싫어한다. 아니 아예 못 먹는다. 탕수육도 소스의 신맛 때문에 소스 없이 고기만 먹을 정도다. 그런 그에게 큰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 2011년 “고객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피클 액을 개발하라”는 ‘치킨 무’ 개발 특명이다. 당시엔 화학 합성물인 빙초산으로 만든 피클 액이 대부분이었다. 빙초산 대신 실제 발효된 식초를 선택했다.

그의 고행이 시작됐다. 핵심은 식초와 설탕 간 최적의 배합 비율을 찾는 것. 빙초산이나 사카린은 소량으로 맛을 구현하지만, 식초를 쓸 경우 설탕의 양에 따라 무가 금방 물러지거나 상해버렸다. 무의 수분 함량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무의 세척 횟수까지 일일이 시험해야 했다. 방 팀장은 “평생 맛볼 신맛은 그때 1년간 다 먹은 것 같다. 치킨 무는 지금 아예 안 먹는다”면서 웃었다.

메뉴 개발 아이디어는 주로 치킨이 아닌 다른 음식에서 얻는 편이다. 해외 박람회에서 발견한 쌀 파우더가 대표적이다. 쌀 알갱이가 씹히는 식감이 좋아 치킨에 접목해봤다. ‘살살치킨’이 그렇게 시장에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일본 행 새벽 비행기를 자주 탔다. 일본 어느 지역에 독특한 맛의 소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음 날 새벽 바로 비행기를 탔다. 일본에서 맛을 보고 돌아오자마자 비슷한 맛을 만들어 시험해보는 식이다.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방문성 교촌에프앤비 R&D센터 외식개발팀장. [사진 교촌에프앤비]

방 팀장이 교촌치킨에 입사한 이유는 “치킨 요리를 가장 좋아해서”다. 메뉴를 개발할 땐 하루에도 몇 마리씩 먹는 치킨이 지겨울 법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치킨을 사랑한다. 그가 요리 당번인 주말 집밥 메뉴는 당연히 닭 요리다. 회사에선 주로 튀김을, 집에선 탕이나 구이를 먹는다. 닭도리탕과 궁보계정이 단골 메뉴다. 그는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나 때문에 닭을 먹을 수밖에 없다”면서 “애들도 다행히 저를 닮아 닭요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의 일치)를 이룬 셈이다.

방 팀장이 메뉴 개발에 있어 제1의 원칙으로 삼는 건 ‘최고의 재료에서만 최상의 맛이 나온다’는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의 개발 철학이다.

“간장치킨은 통마늘을 갈아서, 레드치킨은 청양 홍고추를 착즙해서 쓰죠. 허니 시리즈는 가장 비싼 천연 아카시아 벌꿀을 씁니다. 교촌치킨은 원재료를 그대로 사용해서 제품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치킨이에요. 이런 치킨을 만드는 게 즐겁고 자랑스럽죠.”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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